역사 소년 - 전쟁 덕후

전후반 장르 변경, 후반은 전쟁영화 - 연평해전(2015, 김학순 감독)

마셜 2023. 6. 2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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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문장을 쓰기가 참 어려웠던 영화
 
 전쟁 영화를 참 좋아하고,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할 말 그리고 쓸 글이 많았는데... 이 영화는 이상하게도 첫 문장을 쓰기가  힘들었다. 
 치열한 전투 속에 내 또래 현역군인이 6명이나 전사한 제2연평해전을 그렸기에, 그리고 뒤에서 다루겠지만 찬사와 혹평이 난무하는 과정에서 흥행에는 대 성공을 거두었기에 더욱 뭔가 말하기가 어렵다. 다른 전쟁물도 비슷하지만, 전반부와 후반부가 극적으로 장르가 달라지듯 영화 분위기가 바뀐다. 더하여 전후반부 완성도마저 큰 차이가 나니, 여러모로 참으로 한 마디로 평하기가 어려운 영화이다. 
 어쨌든 영화 자체가 제2연평해전에 희생된 군인과 유가족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고, 그 전투의 처절함을 사람들에게 기억시킨 것은 큰 의미이다. 

출처 : 다음 영화

 
2. 경쾌한 전반부 - 경쾌함으로 버무린 리얼리티 
 
 영화 전반부는 꽤 경쾌하다. 후반부 어떤 비극이 일어날지 누구나 아는  관객들이지만, 한 두 번 미소 지을만한 장면도 있고, 해군 수병들의 선상생활도 리얼하게 잘 묘사한다. 
 주인공 박동혁의 가족사나 357함 적응기도 스토리에 잘 녹아들어서.... 조금은 오글거리지만, 후반부 비극적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한 빌드업임을 알면서도 공감해 줄 수 있는 수준이긴 했다. 
 물론, 영화 전체에 대한 악평을 상당 부분 차지하는 것도 이 부분...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만한 비극에 가족사 등을 우겨넣었으나... 클리셰들도 많고 흐름도 툭툭 끊기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출처 : 다음 영화

3. 처절한 후반부 - 함대함 전투의 잔인함
 
 후반부는 고속정 함대함 전투의 잔인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2연평해전을 소프트하게 다룬 영화인 줄 알고 틀었다면 깜짝 놀랄만한 수준의 잔인한 장면도 나온다. 
 최대한 당시 해전을 리얼하게 그리려 했던 감독의 의도가 잘 드러난 부분이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전쟁물에 비하면 화면구성이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호흡 등이 모두 뒤떨어지고, 감정만이 분출되었다고 비판받을 수도 있겠으나. 어찌 보면 이 전투 자체가  북한의 기습공격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 젊은이들의 처절한 반격을 다루고 있으니, 감정 과잉은 당연한 것이다. 
 아무리 드론과 해킹이 난무하는 최첨단 전쟁 시대가 되었어도 현장 전투는 이렇게 처절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훈련대로 될 수도 없는 법이다. 실제로 이 전투은 북한이 제1연평해전의 복수를 위해 장기간 계획하여 촉발된 것임에도, 반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은 것만 봐도 실제 전투는 혼란 속에서 우연과 마찰이 발생하며 진행됨을 잘 알 수 있다. 
 나름 리얼한 전투 장면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찾기가 어려운데, 아마도 영화를 볼 관객을 위해 전략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 전투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전투장면 예고편이 있으니, 한 번 감상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출처 : 다음 영화

 
4. 김학순 감독과의 인연
 
 김학순 감독과 업무상으로 몇 번 통화한 적이 있고, 작은 행사에서도 만난 적이 있다. 
 조용조용한 성격에  젠틀한 감독님이었는데, 영화가 대성공을 거둔 후에도 작은 행사에도 시간을 내어 참석하고, 진심을 다해 발언하는 등, 좋은 분으로 기억한다. 영화를 소회하면서 참 오래 걸렸고, 안된다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조용조용 말하는 걸 보면서 의지가 참 강한 분이구나 싶었는데, 결국 그 뚝심이 흥행 대성공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된 것 같다. 
 
5. 해군에 영원히 기억될 이름 - 윤영하
 

출처 : 다음 영화

 357함 정장이었던 윤영하 대위는 극중에서 김무열이 연기하는데, 정복 입는 김무열이 최전선에 싸우다 전사한 군인에 잘 어울린다. 원래 정석원이 캐스팅되었다가 사정으로 취소되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정석원보다는  훨씬 잘 어울린다.
 기습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응사를 명령하고, 저격수 공격을 받아 전사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윤영하 대위는 사후 소령으로 추서 되었고, 유도탄고속함 초도함이 '윤영하함'으로 명명됨에 따라 해군에 영원히 기억될 이름이 되었다. 
 

 
 '최종 병기 : 활'에서도 그렇고, '대립군'에서도 김무열은 군인(혹은 무사)로서 감정연기를 꽤 잘하는데, 다른 전쟁물에서 한 번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 똑똑한 겁쟁이 vs 우직한 신병

출처 : 다음 영화

 별 이유도 없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주인공 박동혁 상병을 괴롭히는 이용세 병장과 강렬한 첫 등장부터 계속해서 신병 티를 팍팍 내는 김택중 일병
 실제 기습공격을 받아 전사자가 속출하는 전투가 벌어지자,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행세했던 이 병장은 제일 먼저 선체 내부로 숨어들며 겁쟁이다운 모습을 보인다. 
 반면 김택중 일병은 끝까지 엎드려쏴 자세로 응사하다가 부상을 입고 나서야 대피하게 된다. 
 실제로 가장 먼저 대피한 이 병장 판단이 개인적으로는 살아남기 위한 똑똑한 것이었을지는 몰라도 군인으로서는 한참 비겁해보이고, 신병에 가까운 김택중 일병까지도 끝까지 명령에 따른 것을 보면, 군인으로서 아니, 매사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인으로서 어떤 모습이 현명한 것인지 한 번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러한, 간단한 진리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감독도 극중에 박동혁 상병이 따귀를 올려붙이며 이 병장을 응징하는 장면을 굳이 집어넣은 것이리라.  
 
7. 찬사 대 혹평 
 
 필연적으로 찬사와 혹평이 교차할 수 밖에 없다. 
 전사자가 여럿 있었던 북한과의 실제 전투를 영화화했고, 전투 사후 처리에서도 정부 대응에 대한 논란이 강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 자체도 평론가들이 보기에는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고, 너무 뻔하기까지 하니 혹평이 무리한 것은 아니다. 
 반면 영화 후반부에 실제 영결식 장면과 357함 실제 영상들을 집어넣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잊혀질 뻔했던 전사자들과 부상자들의 이야기를 회자되도록 해준 것은 분명 찬사 받을 부분도 있다. 
 실제로 대다수 평론가들이 냉정하게 평가했음에도 흥행에는 크게 성공했고, 여러 논란을 낳았지만, 연평해전이라는 다루기 힘든 소재를 영화화한 것만은 영화팬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그 과정에서 해군의 촬영지원 등을 받았다지만, 감독/제작자로서 영화 펀딩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애기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결국 떨어지는 완성도와 유의미성이 공존하는 영화로서 기억에는 남을 것 같다. 
 
 
8. '자신 있나?' - 그 한 마디의 무게감
 
 영화에서 자신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이미 짐작한 윤영하 정장은 병기장에게 마지막 공격 지시를 내린다. 
 
정장 :  탄 얼마 남았어?
병기장 :  2발 남았습니다. 
 (중략)
정장 : 자신 있지?
병기장 :  네. 할 수 있습니다!!!  
정장 :  좋아.
 
 너무나 권선징악 구도의 설정에 오글거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정장이 '자신 있지?' 한 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살다보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용기를 북돋워져야 하는 일도 생기고, 다른 선택지가 없어 외통수를 택하면서도 자신감을 피력해야 하는 일도 있다. 
 딱 두 발 남은 포탄으로 적 지휘관을 노려야 하는 하드한 미션 앞에서, 자신 있지 한 마디로 부하를 믿는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고, 병기장은 난전 중에서도 명중탄으로 자기 역할을 해냈으니,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어렵지만 옳은 길을 가게 될 때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의 한 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그리고 그 믿음에 부응한 모습이 얼마나 멋진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또한, 기습공격에 함정이 가라앉는 피해를 입었지만, 처절한 반격으로 북한 함정에도 큰 피해를 주며 패전을 막은 정장 이하 해군 병사들의 공로를 가장 잘 묘사한 장면으로도 기억하고 싶다.  
 
9. 흥행 : 604만명 / 240만 명
 
 흥행은 대성공을 거뒀고, 해외에도 수출되었다. 
 (물론 해외 반응은 별로였고, 악평도 많이 추가되었지만...)
 당시 정부의 지원 논란 등이 있었지만, 언제나 관중은 냉정한 법, 500만 명이 넘는 대성공을 거둔 것에는 분명한 성공요인이 있는 법이다. 
 후반부 관객 눈물샘을 자극하는 처절한 전투장면은 감정을 자극하는 면에서는 대단했고, 관객들은 상영관을 찾음으로써 이러한 평면적인 연출도 매력적일 수 있음을 증명시켜 줬다. 
 
 
10. 평점 : 5.6
 
 동시대 젊은이들이 전사한 실화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5점 이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제로 다른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영화인지는 자신이 없다. 특히,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또한 추천을 주저하게 만든다. 
 결국 고심 끝에 '그레이하운드' 밑으로 평점을 매기게 되었는데, 후반부 전투장면만 본다면 더 높은 평점을 주어야 할 것이다. 현재 OTT 웨이브에서도 서비스 중이니, 혹시 전반부에서 지루함을 느끼시는 분들은 과감하게 후반 1시간만 감상하시길.. 
 
1위 : '헌트' , 9.0
 
2위 : '최종병기, 활', 8.0
 
3위 : '용의자' / '남한산성', 7.5
 
5위 : '퓨리', 7.0
 
6위 : '안시성', 6.5
 
7위 : '그레이하운드', 6.4
 
8위 : 연평해전 5.6
 
9위 : '강철비2: 정상회담' 5.5
 
11위 : '간첩', 5.0
 
12위 :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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