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셔먼 대 티거, 전차전의 승자는? - 퓨리(2014,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

마셜 2023. 6. 1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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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 대전 유럽 전선의 마무리 : 유럽 서부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연합군이 유럽대륙에 진공함으로써  쉽게 끝날 것 같았던 2차 대전은 그 후로도 상당기간 이어졌다. 이미 제해권을 장악하고 압도적 물량과 명분까지 갖추었던 연합군이 승리하는 것은 일면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상당한 피해를 동반한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 전설의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다루는 2차 대전 시기가 바로 노르망디에서 종전으로 이어지는 유럽전선이다. 노르망디 이후 약 1년간 치열하게 저항했던 독일군을 상대로 소탕전 혹은 전격전을 치르며 전쟁을 마무리해야 했던 전선을 바로 '유럽 서부 전선'이라고 부른다. 
 알려진 것처럼, 독일군 주력은 소련을 치기 위한 동부전선에 치우쳐 있었다. 진격해오는 연합군을 막기 위해, 소년병, 노약자까지 동원했던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 영화는 이 부분을 매우 사실적으로 다루는데, 또 다른 의미의 살육전이 되어버린 2차 세계대전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출처 : 다음 영화

 
 
2. 전쟁 승리와 별개인 병사 개인의 생사
 
 최근 남북전쟁을 다루고 있는, 유튜브 <역전다방>을 통해서, 맥클라렌이라는 사령관을 알게되었다. 대군을 거느리고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전투를 차일피일  미뤄서 결국은 링컨 대통령에게 해임되는 장군. 하지만, 해임 후에도 부하들로부터 존경받은 무능한(?) 장군.. 이 미스터리 한 존재는 용병은 별로였지만 양성은 잘했다... 등 이런저런 설명이 붙지만 그 인기의 비결이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워 대디 분대장을 신병에게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 의미가 와닿았다. 
 "대장 아닌 다른 사람은 싫다... 대장 덕분에 오래 살아남았다."
 승패가 기운 전쟁에서도 산발적인 전투 속에 파리 목숨처럼 죽어나가는 병사들, 어찌보면 병사들에게는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보다도 본인들의 목숨을 살려주는 게  당연히 중요한 법. 맥클라렌처럼 대통령의 신망을 잃더라도 절대 무리한 전투를 하지 않는 지휘관도 대선후보로 추대될 정도로 존경받았는데, 거듭되는 전투에서 다른 분대 탱크 병사들은 죽어나가는 데도, 크고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며 부하들을 살려낸 워 대디는 그 별명만큼이나 부하들로부터 존경받아 마땅하다.  

출처 : 다음 영화

 
3. 이제는 익숙한 전쟁 트라우마
 
 전쟁을 겪은 군인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이제 드라마와 영화에서 단골 소재가 되어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도 워대디는 홀로 힘들어하는 장면이 나오고, 다른 분대원들도 뭔가 인간성이 조금은 말살될 듯한, 나사 풀린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전쟁이 얼마나 인간을 참혹하게 만드는 지를 새로운 각도에서 보여주기는 하나, 이제는 그것조차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아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 물론 전쟁만큼이나 참혹한 일이 벌어지곤 하는 현실 때문에 둔감해진 것 같기도... 
 
 
4. 이제는 익숙한 SS 타켓팅
 
 이 영화에서도 병사들은 '독일'을 직접 비난하지 않고, 나치와 'SS친위대'와 '나치'만을 주적인 것처럼 비난한다. 이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등 미국 드라마 및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인데, 이제는 이 것도 익숙한 설정처럼 되어버렸다. 또한, 여전히 억지스러워 보이는 것도 사실. 실제로 독일군 중 SS친위대는 소수였고, 눈앞에서 싸워야 하는 상대는 독일군인데, 열심히 SS친위대와 나치만을 욕하고 선별하여 처형(사실)하는 것은 여전히 어색해 보인다. 
 
 
5. 티거 vs 셔먼의 승자는?

출처 : 위키디피아

 많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이 영화에 끓어올랐던 이유는 바로 셔먼과 키거의 정명승부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최강 전차로 불리며, 4:1 정도로도 전차전에서 밀리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티거(혹은 타이거)는 이 영화에서 그 묵직한 위력을 유감없이 뽐낸다. 영화 중반부 4대의 셔먼 전차를 궤멸 직전까지 몰아넣으며, 포탄을 튕겨내 버리는 장면은 그전 전쟁영화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티거의 위용을 잘 보여줬다. 
 이렇게 위력적이었던 티거가 셔먼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그 1:1로 성능과 재원에서는 많이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생산비용과 잦은 고장, 엄청난 무게로 인해 대규모 소모전이었던 2차 대전에서 많은 수가 생산되지 못했다. 결국 유럽을 장악했던 독일조차도 감당할 수 없었던 무기였던 셈,  반면 적당한 고성능 재원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표준화에 성공한 셔먼은 미국 전차의 주력을 이루며 승전에 기여했다. 현실에서 환영받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나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보여준 셈. 
 현직 회계사가 간략하게 두 전차를 설명해 준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유승식의 밀리터리 프라모델 세계] ⑥영화 '퓨리'의 병기들

지금은 21세기라 2차대전은 까마득한 옛 역사 속의 전쟁이 돼 버렸다.1960년~1970년대에는 2차대전 영화가 아주 많았지만, 1990년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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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슨 역할이든 잘하는 브래트 피트
 젊은 시절 그저 조각 같은 미남 배우였던 브래드 피트.. 이제는 영화 제작자로도 성공했음은 물론, 연기에서도 원숙미와 그를 뛰어넘는 대단함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 다음 영화

  이 영화에서도 마지막 전투에서 끝까지 남아 혈투를 벌이는 말도 안 되는 선택을 연기력으로 커버하는데, 조연들의 연기력까지 더해져서, 그 선택까지도 그럴듯하게 보여준다. 같이 후퇴하자는 부하들의 절규에 '탱크가 내 집이야.'라고 말하는 처연한 표정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7. 낯설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전차전
 
 전차전은 참 볼만했다. 수십대의 전차가 뒤엉켜 싸우는 대회전은 아니었지만, 포탄 한 발 피격에 생사가 바뀌며, 찰나 순간에도 계속해서 판단을 내리며 상대방을 공격하고 회피해야 하는 긴장감을 잘 표현했다. 전차 뒤에 보병들이 따르며 참호를 돌파하는 모습이나, 철갑탄 등 탄종을 바꿔가며, 초를 다퉈가며 장전하는 모습 또한 색다른 묘미를 보여줬다. 
 

출처 : 다음 영화

 
 하지만, 영화 전체가 전차전으로 새로운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엄청난 스케일의 전쟁영화를 기대했던 팬들이 실망했다는 평도 지나치지는 않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부터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에서 봤던 탱크를 상대하는 전투장면 등과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고, 전투의 치열함 자체는 마지막 혈투를 빼면 덜했다고 볼 수 있으니... 다만 탱크를 전쟁영화의 핵심 소재로 격상시킨 것만은 분명하니 헐리우드 영화에 있어서 분명히 기록될만한 작품이라 할 수는 있겠다. 
 
 
8. ‘Do your job!’의 무게감
 
 이제 사회인으로서, 어른으로서 매사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되어 다시 영화를 보니, 'Do your job'이라는 한 마디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주어진 역할에서 망설이거나 멈칫거렸을 때, 그 결과가 바로 동료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전쟁터. 결국은 그 역할이 자신이 싫어하는 것이어도, 너무 괴로워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점은 일반 사회생활과 다르지 않다. 물론 양심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만두거나 돌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일반 사회인과 전쟁터에서의 군인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새삼 아프게 다가오는 요즘, 정신 못 차리며 제 할 일을 못하는 신병에게 고르도 상병이 던지는 한 마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9. 흥행 : 2억 1,100만불 / 8,500만불
 
 화끈하게 때려 부수는 전쟁영화도 아니고, 팍스아메리카나를 부르짖는 미국 예찬 영화가 아님에도 영화는 2억불이 넘는 흥행을 거둬 성공작으로 남게 되었다. 물론 폭발적인 흥행은 아니었다고 하나, 속 시원한 복수도 없고, 유혈이 낭자한 리얼리즘이 존재하는 전쟁 영화에서 제작비 두 배 이상의 흥행을 거둔 것이다. 
 비록 탱크들 간의 대전투를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전차전이라는 새로운 소재에 도전하고, 마지막 혈투로 가는 억지 설정 또한 그럴듯하게 만든 브래트 피트 이하 훌륭한 연기력,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보여줬던 훌륭한 팬서비스 등을 보면 걸맞는 보상이라고 하겠다.  
 

[포토] 퓨리, 브래트 피트 '팬과 함께 셀카를'

브래드 피트가 영화 [퓨리(Fury,2014)]의 제작자 겸 배우로 한국을 방문했다.영화 [퓨리] 홍보를 위해 내한한 브래드 피트와 로건 레먼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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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평점 : 7.0
 
 색다른 소재에 도전하는 전쟁영화는 늘 반갑다. 특히, 셔먼과 티거라는 두 전설을 스크린으로 소환해낸 노고는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 훌륭한 연기력까지 더하여 7.0으로 올린다. 
 
1위 : '헌트' , 9.0

 
2위 : '최종병기, 활', 8.0
 
3위 : '용의자' / '남한산성', 7.5
 
5위 : '퓨리', 7.0
 
6위 : '안시성', 6.5
 
7위 : '그레이하운드', 6.4
 
8위 : '강철비2: 정상회담' 5.5
 
9위 : '간첩', 5.0
 
10위 :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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