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유보트의 현실적 공포 - 그레이하운드(2020, 아론 슈나이더 감독)

마셜 2023. 1. 3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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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미지 출처 : www.imdb.com>

 

1. 애플tv와의 첫 만남 - 사실 그냥 저냥.....

 넷플릭스의 기념비적인 성공을 시작으로 많은 플랫폼들과 영화제작사들이 경쟁적으로 OTT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물론 영화 강국이라지만, 한국의 경우도 토종 OTT까지 가세하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흥미로운데, 이 와중에 가장 최근에 접해본 OTT가 바로 애플tv다. 

  그 유명한 Apple에서 만든 OTT... 인터페이스부터 기대감을 높이는데, 일단 총평을 하자면 그냥저냥이다. 생각보다 많은 대작 콘텐츠를 가지고 있네... 라는 느낌도 잠시.. 대부분 콘텐츠는 추가 요금이 과금되는 형태이고, 추가금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몇 안 되는 느낌이다. 뭔가 잘 될 것 같지만, 아직 물건을 제대로 못 갖춘 상점 느낌이랄까.. 아무튼 쌓여있는 대작들이 전부 추가 가격표가 달려있는 걸 보니, 실망감과 함께 별로 흥미가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 '그레이하운드'를 7천만 달러에 사들인 걸 보면, 애플tv의 의지도 강하다고 느껴지는데... 넷플릭스, 디즈니 등 전통의 강자와 어떻게 콘텐츠 확보 다툼을 해나갈지가 영화팬으로서 흥미롭다. 

 

2. 이번엔 함장이닷 - 크라우스 중령 役 톰 행크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젊은 대위로 나왔던, 톰 행크스가 이제는 나이에 맞게 중령이자 함장을 맡았다. 

 어떤 역할을 맡든 간에 잘 소화하는 톰 행크스, 이 작품에서도 진짜 군인 같은 모습을 잘 보여줬다. 하지만, 역시나 지금까지 필모그래피에서 따라오는 이미지는 강해서... 너무나도 온화한 함장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긴급상황이 터지면서, 자리를 피하는 듯 하지만, 어쨌든 폭력사건을 일으킨 두 수병에 대해 별다른 처벌도 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별다른 감정 동요 없이 부함장 말에 따르면서 선단을 지휘한다. 

<이미지 출처 : www.imdb.com>

 사실 위험을 무릅쓰고 돌격하기보다는 헌신적으로 수송선을 지켜야 하는 호송선단의 본 임무를 생각하면, 호송선단의 책임자로서 톰 행크스로서 연기는 훌륭했다 하겠다. 

 

3. 생각보다 짧은 러닝 타임, 업무일지에 가까운 영화

 신기했던 것은 러닝 타임이 91분으로 비교적 짧다. 대작 전쟁영화가  2시간을 가볍게 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어 벌써 끝인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짧게 끝난다. 

 비교적 최신 전쟁영화 중 대작에 해당하는 '미드웨이 해전'이 제작비 1억 불인 것에 비하면, 제작비가 절반 수준인데, 그 영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영화 자체가 짧게 느껴지는 다른 큰 이유 중 하나는 영화 구성 자체가 극적인 줄거리 등이 거의 없고, 하루하루 아니 하루 정도가 아니라 더 짧은 근무 쉬프트(4~6시간) 단위에 따라 1막, 2막처럼 영화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극적인 감동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영화 원작 자체가 호송선단의 생존/투쟁기였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호송선단의 업무는 수송선을 안전하게 영국까지 데려가는 것이지만, 이는 당시 미국 해군에게 중요업무로 여겨지지도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럼에도 위험은 매우 컸다. 당시 대서양은 유보트가 울프팩 전술을 앞세워 하루가 멀다 하고 영국행 상선을 공격하는 아수라장이었고, 미국에서 출발한 구축함을 이끄는 크라우스 중령은 피해 없이 영국까지 갈 수 없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본인 구축함이 격침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선단이 많은 피해를 입었을 때, 그 경과보고가 있어야 본인의 책임을 덜 수 있는 것은 사회생활 진리... 생각해 보면, 꼼꼼하게 근무시프트 단위로 모든 것을 상세히 기록한 것도 이해가 된다. 결국 그 원작을 리얼하게 살리다 보니, 업무일지 같은 영화가 되어버렸는데... 지금의 미국을 만든 찬란한 투쟁의 역사의 한 장면이 미국 관객에게는 나쁜 기억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롤랜드 에머리히처럼 시원하게 보복하고 때려 부수는 식의 전쟁물로 좋지만... 이렇게 디테일에만 집중하고, 감동은 알아서... 식의 차분한 전쟁영화도 가끔은 필요해 보인다. 

 영화가 끝나고 문득 든 생각... 중세 조선을 가장 잘 기록하고 있다는 '하멜표류기' 또한 어찌 보면 경위서이다. 당시 선원 신분이었던 하멜이 난파로 인해 조선으로 표류하여 장기간 체류 후, 고국으로 돌아가 본인이 왜 계약사항을 이행할 수 없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쓴 경위서인데, 특히 당시 서양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조선에서의 삶을 기록한 것이다 보니 그 가치가 엄청난 것이다. 뭔가 '그레이하운드'의 원작소설도 어쨌든 선단에 피해가 없을 수 없는 상황, 호송선단의 책임자 입장에서 추후 경위서를 쓸 것을 대비하여 최선을 다해 기록한 것은 아닐까. 어찌 되었든 작전은 성공했고, 전쟁영화로까지 탄생하는 기록이었으니, 완성도는 매우 높은 셈이다. 

 

4. 사실적인 재현만은 최고 수준 

  장르는 전쟁물. 분명한 건 오락물이라고는 할 수 없다. 통쾌한 말도 없고... 전쟁의 의미 등에 대해서도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건, 영화 전체가 사실적인 재현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활약하는 구축함><이미지 출처 : www.imdb.com>

 그 재현이 가장 와닿은 장면을 하나만 골라보자면, 단연 구축함 위에서의 수상 장례식이라고 하겠다. 

 호송선단을 이끌고는 있지만, 여유공간이 많지 않은 구축함... 첫 번째 교전에서 수병 셋이 전사하자, 결국 수상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 말이 장례식이지 그냥 시신을 바다에 던져 넣는 것인데, 전 승무원이 갑판 위에 도열하여 예를 갖추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이미지 출처 : www.imdb.com>

 공간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정하게 되는 과정부터, 마지막으로 시신이 관에 걸려서, 잘 들어가지 않아 애를 먹는 장면까지.... 정말 선원의 일상 같은 그 담담함이 인상적이었다. 치열한 교전과 교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그 군인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무게와 답답함을 이렇게 담담하게 묘사한 영화가 있었던가... 어쨌든 엄청난 대작으로 기억되지는 못하겠지만, 아론 슈나이더 감독은 색다른 전쟁물을 필모그래피에 남기게 되었다. 

 

5. 철저한 예습은 토크멘터리 전쟁사 덕

 아마 철저한 예습이 없었다면, 영화를 공감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예습을 한 것은 아니다. 국방 tv에서 제작한 명작 '토크멘터리 전쟁사' 중 유보트 편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경지식이 쌓인 것...

 - 호송선단의 넓은 사각형 대형

 - 2차 대전 당시 대서양, 공중지원 불가 지역

 - 유보트 울프팩 전술

 

 위 사항 등 다양한 역사적 사실이나 잠수함 전투 기본지식 등이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통해 매우 상세히 설명된다. 적어가며 수업 듣듯이 이해하지는 않아서, 대략 기억나는 것이 저 정도이지만, 혹시나 '그레이하운드'를 감상하고자 하는 분은 꼭!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먼저 보시길 권한다. 영화 이해도를 200% 올려줄 것이다. 

 

6. 원작에 충실한 것인지...

 스스로 비교적 그래도 전쟁영화의 인물 심리 등은 이해를 잘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극 중 크라우스 중령이 접전을 치르며 정신없는 전투지휘를 마치고, 피가 배인 구두를 벗는 장면이 꽤나 강조되는데.. 도통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배가 침몰하고, 수병들이 전사하고, 지휘실 유리창이 피탄 될 정도로 접전이었는데, 약간의 부상을 클로즈업하고, 주인공이 꽤나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도 원작에 있는 묘사대로 그대로 따른 것이 아닌가 싶긴 한데... 90 정도로 짧게 이야기를 풀어내야 했던 이 작품에서 굳이 주인공에 대한 묘사를 그리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차라리 과감하게 생략하고 다른 방식으로 주인공 심리를 묘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7. 엘리자벳 슈는 도대체 왜...

 지금은 중고 DVD가 아니면, OTT에서도 찾기 어려운 '사랑의 동반자'라는 영화가 있다. 원제는 'Heart and Soul'이고 지상에 발이 묶인 영혼들이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 죽기 전 소원을 이루고자 동분서주하는 내용인데, 주인공은 무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주인공이 바로 '엘리자벳 슈'였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전, 그녀의 리즈 시절을 기념할만한 영화인데... 그 시절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이 영화에서 이제는 그녀가 거의 할머니가 되어, 그것도 단역이나 다름없는 아무 임팩트도 없는 역할에 등장한 것이 속이 상했다. 

<이미지 출처 : YES24>

 

 배우로서 작은 역할이어도 의미가 있다면, 필모그래피에 올리고 싶은 마음은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사람의 동반자에서 당당하고도 아름다운 모습만 영화로 남겼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사랑의 동반자(Heart and Souls)'를 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한다.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이거니와 코믹센스와 감동까지 완벽하다.. 로버트 다우니와 엘리자베스 슈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것은 그 저 덤일 뿐...

 

8. 시종일관 답답한 느낌 - 당시 호송선단의 심정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답답한 느낌을 준다. 구축함 내라는 폐쇄적인 공간도 그렇고, 기껏 수면 위로 끌어낸 유보트도 뒤편의 아군이 피격당할까 마음대로 공격하지 못한다. 

 

<유보트 공격을 피하기 위해 넓게 퍼져 항해하는 선단> <이미지 출처 : www.imdb.com>

 그 와중에 크라우스 중령이 애인에게 프러포즈했다가 대차게 까이는 것 정도는 애교이고, 심지어 유보트 격침 장면도 시원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데...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끝까지 보고 나니, 당시 호송선단에 탄 사람들의 심정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해군으로서 바다에서 시원한 전투를 치르기는커녕, 안 보이는 적이 나타날까 노심초사하고, 보호해야 할 상선 주위를 동분서주하다 보면, 하나둘 동료들이 전사해 나가는 심정. 그렇게 임무를 마치고, 칭찬을 받아도 시원한 승리로서 기념하기는커녕 선단 중 조금이라도 덜 잃고 도착할 수 있지 않았을까를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하는 것이 바로 구축함을 타고 호송선단을 이끌었던 크라우스 중령의 심정은 아니었을까. 

<무선을 통해 호송선단을 괴롭히는 유보트><이미지 출처 : www.imdb.com>

 이제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동분서주해본들 판도를 확 바꾸긴 어려운 나이와 상황이 되니 더 공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9. 흥행 : 7,000만 불 / 5,030만 불

 이제는 진정 OTT 시대, 애플 tv가 적극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이 시기에 7천만 불을 받았으나, 제작비에 비하면 적정한 금액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상영관에서 관객의 티켓파워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화의 시장가치를 평가받던 시기가 이제 지나가는 걸 느끼니, 세상이 참 빨리 변한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는 정말 다른 영화 랭킹이 나오겠구나..라는 섣부른 생각도 든다. 

 

10. 순위

 유보트의 위협에도 대서양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호송선단의 수송작전을 진정 리얼하게 다룬 것 외에, 오락적 요소를 찾을 수 없기에... 전쟁영화 장르에서 높은 순위를 주기는 어렵다. 그래도 새로운 전쟁영화, 새로운 전투를 느껴보고 싶은 영화팬이 있다면,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살짝 말해주고 싶다. 단, 먼저 토크멘터리 전쟁사 유보트 편을 꼭 보시길..

 

  1위 : '헌트' , 9.0

  2위 : '최종병기, 활', 8.0

  3위 : '용의자' /  '남한산성', 7.5
  5위 : '안시성', 6.5

  6위 : '그레이하운드', 6.4

  7위 : '강철비2: 정상회담' 5.5

  8위 : '간첩', 5.0

  9위 :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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