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하이브리드는 어렵다 - 간첩(2012, 이민호 감독)

마셜 2022. 12. 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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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1. 어? 김명민이다. 

 이 영화 개봉이 벌써 10년 전이다. 2012년작 하이브리드 간첩 영화는 10년 전에 재미있게 봤던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처음으로 영화 소개 프로에서 '간첩'을 봤을 때, '어 김명민이 이런 코미디를 찍었네' 라는 생각을 문득 했었다. 

 

2. 간첩물에 대한 근본적 고민

 영화 '간첩'은 한국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은 간첩물에 대해서 근본적인 고민을 제기한다. 이미 간첩이 필요없어진 시대, 한국사회에서 간첩은 코미디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고정간첩으로서 각자의 삶은 힘들게 살아온 네 주인공을 통해서, 일정 정도 코미디의 가능성을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오히려 홍보과정에서는 단순한 코미디물로만 소개되는 것이 아쉬웠는지, 그 이상의 '미소' 가 있음을 강조했는데...

 

https://www.bntnews.co.kr/article/view/bnt201209180069 

 

김명민 “‘간첩’은 단순 코미디 아냐… 잔잔한 미소있는 영화”

김명민이 ‘간첩’에서 펼친 자신의 연기에 대해 설명했다.9월18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간첩’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

www.bntnews.co.kr

 글쎄, 영화는 훌륭한 연기력과 흥미로운 설정 등으로 전체적으로 웰메이드 수준에 이르렀지만, '하이브리드'의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보통 양쪽의 장점을 모두 누리고자 보통 하이브리드를 시도하지만, 때로는 한 쪽을 깊게 파고들어간 것만도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 세상사. 이 영화도 코미디와 간첩물을 넘나들지만, 결국은 가족을 강조하는 애매하게 재미있는 한국영화로 남았다. 그나마도 최초 시도로 신선하다 평가하기에는 1999년작 '간첩 리철진'과 흡사하고... 흥행도 신통치 않았으니,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애매한 영화가 되었다. 

 

3. 결국 간첩물은 진화한다. 진화의 완성은 '공조'

 하지만, 이 웰메이드 영화는 간첩물의 진화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이 후에도 북한과 간첩을 소재로 하는 코미디/가족물 풍의 영화/드라마는 한 장르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2013년 '용의자'를 시작으로 정통액션/스파이물 느낌의 간첩물과 본격적으로 분화된다. 그 후, 이러한 코미디/액션 믹스 간첩물의 정점을 찍은 영화가 바로 '공조'... 다소 웃기고, 다소 잘 싸우고, 다소 가족을 강조해도 흥행에도 대박을 칠 수 있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걸 '공조'는 증명한다. 

 그리고 2019년에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또다시 대박을 치면서, 현빈은 잘생긴 북한사람을 가장 잘 연기하는 배우가 되었다. 

 

4. 여전히 불편한 고정간첩 이야기

 영화 카피는 황장엽 발언을 근거삼아 한때 한국사회 안의 간첩이 5만명에 달했다고 공격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 발언의 사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남북대결이 극에 달했던 시절, 셀수 없이 많은 고정간첩이 있었을 것은 명확하고...  그 중 영화 주인공 같은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았을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흥미로운 추론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무조건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너무나 내 삶 같은 소시민적 삶을 살고 있는 고정간첩들은 이해는 되지만, 공감하기에는 오히려 불편할수도 있다. 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데는 물론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영화가 훌륭한 연기와 준수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이유에는 그런 근본적 불편함이 깔려있지는 않았을까. 

 

5. 엄청난 캐스팅 : 김명민, 염정아, 변희봉, 정겨운, 유해진

<출처 : 다음 영화>

 캐스팅은 실로 엄청나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선 공작금은 끊기고, 생계을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고정간첩이자, 평범한 가장인 '김과장'은 김명민이 맡았고, 김과장이 이끄는 고정간첩팀이 바로 변희봉, 염정아, 정겨운이다. 다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 열심히 살다보니 너무 한국화되었지만, 어쨌든 본분은 간첩.. 밀명이 내려오자, 다들 모여서 작전을 펴는데.. 이렇게 명배우들이 열연을 펼친 것 치고는 팀원들 역할 하나하나가 너무 작다. 

 물론 각각 윤고문(변희봉), 강대리(염정아), 우대리(정겨운) 모두 자기 분야를 가지고, 각자 서사를 풀어내지만, (그리고 그 서사가 그럴듯도 하지만...) 115분 상업영화로 이 모든 스토리를 풀어내기에는 복잡하다. 그러다보니 강대리와 우대리의 러브스토리는 떡밥만 난무한 채로 과거와 미래 모두 확실히 보여지지 않는다. 특히, 우대리(정겨운) 캐릭터는 왜 필요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 변희봉 옹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라서 더 애정이 가는데, 역시나 쉽지 않은 역할을 잘 소화했다. 2019년 이후로 작품에서 볼 수가 없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다른 영화에서 꼭 볼 수 있기를 빈다. 

 

6. 액션완성도는 괜찮다. 유상섭 무술감독에게 박수를!

<출처 : 다음 영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돌격소총 AK-47 일명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들고, 목표달성을 위해 돌진하는 유해진. 나름 영화 속에서 러시아 밀매상에서 구매한 것에 맞춘 설정인 것 같다.  암살타겟을 향해 달리는 유해진 모습은 고정간첩들이 벌벌 떠는 '최부장'역할에 꽤 잘 어울렸는데, 그에 걸맞게 최부장, 김과장이 보여주는 액션은 나름 괜찮았다. 

 물론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최근 액션물에 비할 바는 아니다. 액션영화 매니아들에게는 다소 유치할지도... 하지만, 제작진 입장에서 영화 내내 코미디/가족물 톤을 이어왔는데, 갑자기 피튀기는 액션을 선보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장르적 특성을 감안하면, 이 정도가 최선이었으리라 생각되는데, 무술감독의 밸런스 조절이 탁월했다는 생각에 누구인가 찾아봤다. 무술감독 유상섭. 생소한 이름이지만, 찾아보니 '암살'을 비롯해, 코미디에서부터 역사물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무술감독을 맡은 걸 보니, 정통액션물이 아니라도 영화톤에 맞춰 액션 강도를 조절하는 것에 능한 감독인 듯 하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최부장, 김과장의 액션이 마음에 들었기에, 무술감독 유상섭, 이름 세 글자를 기억해두려고 한다. 

<출처 : 다음 영화>

 

7. 든든하다 국정원 요원

  영화를 보면, 긴 시간 암약한 고정간첩도... 망명한 저명인사를 암살하기 위해 내려온 특급요원 '최부장'도 모두 국정원 요원들의 벽을 넘지 못한다. 고정간첩 김과장은 거의 국정원 요원 손바닥 위에서 놀다가 결국 이중간첩 노릇을 하게 되고...  많은 국정원 요원들이 희생되지만, 결국 간첩들의 작전은 저지당한다. 

 방첩의 세계, 그 실상을 알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정도 요원들이 일하고 있다면, 간첩들에게 뭔가 당할 일은 없겠네.'

 

8. 고정간첩 아버지의 또다른 고민 : 리틀야구단의 비밀병기 타자 '지성'

 가끔 캐치볼 정도만 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야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김과장의 아들(지성)이 걷는 야구단에서의 가시밭길은 큰 웃음 포인트로 다가왔다. 진지한 표정과 간절한 눈빛으로 출전을 갈구하지만, 늘 감독은 외면하는 후보선수... 결국 아버지의 뇌물(불법 xx그라!!) 공세와 지성의 간절한 눈빛에 감독은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대타로 출장시키는데... 승부처에서 투수와의 승부는 예상외의 결과를 낳는다!! 그 순간만은 야구영화만큼의 긴장감을 불러오는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도 가장 큰 웃음포인트로 남는데... 야구팬으로서 유쾌하게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나이가 되다보니, 몸보다 더 큰 야구유니폼을 입고, 엉망인 타격폼으로 아버지 코치에 따라 방망이를 휘두르는 지성의 진지한 표정이 눈에 꽤 들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야구단에서 상처만 받으면서도 밤에 방망이를 꼭 쥐고 자는 그 열정도 참 귀여웠다. 아이들이 귀여운 건지, 아니면 야구는 재미있는 건지, 아니면 야구하는 아이들이 귀여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역배우 천보근이 열연한 이 캐릭터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아역배우 천보근은 이제 대학생 나이가 되었는데, 아쉽게도 2018년 어머니한테 혼나는 고등학생으로 잠깐 방송에 출연한 것 이외에는 근황을 알 수가 없다. 언젠가 성인연기자로 다시 볼 수 있기를..

https://www.dispatch.co.kr/131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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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손익분기점 : 130만명  / 230만명

 흥행은 대실패, '간첩 리철진'에 비해 발전한 것이 없다는 평까지 받았으니, 엄청난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할지라도, 화려한 캐스팅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이다. 

 연기력에 비해 흥행실적은 들쭉날쭉한 김명민 징크스를 잘 보여준 것 같기도 하고, 간첩물은 주연이 꽃미남이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거스른 대가인 듯도 하다. 

 

10. 평점 : 5.0 

 영화 자체는 남한테 추천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케이블에서는 정말 많이 나온다. 당장 다음주에서도 OCN 쪽에서 방송을 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명배우 김명민의 가장의 고뇌는 인상적이었고, 변희봉 옹의 열연은 박수가 절로 나오기에, 그리고 유해진의 악당 연기 또한 인상적이기.. 5.0이 아깝지는 않다. 

 

  1위 : '최종병기, 활', 8.0

  2위 : '용의자' /  '남한산성', 7.5
  3위 : '안시성', 6.5

  4위 : '간첩', 5.0

  5위 :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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