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제이슨 본의 한국 제자 - 용의자(2013, 원신연 감독)

마셜 2022. 6. 1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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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영화 소재의 마르지 않는 샘 - 북한

 지구상 유일한 휴전국가 한국, 그리고 지금도 북한핵개발은 현재진행중.. 냉전구도가 심각하게 이어지고 있는 유일한 지역,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생각하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계적으로도 실적을 내고 있는 한국영화와 드라마에서 북한과의 대결구도가 꾸준히 등장하는 걸 보면 말이다. 

 스릴러, 액션, 드라마, 전쟁, 때로는 로맨스까지 장르는 다양하지만, 북한 관련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서 괜찮은 소재거리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고, 실제로 흥행과 평가에서 모두 좋았던 경우도 많다. 

 2013년 개봉작 '용의자'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으로, 공유의 열연과 숨돌릴 틈 없이 이어지지만, 정제된 액션을 바탕으로 호평받았던 영화이다. 

 탈북자라는 신분 자체의 불안한 입지와 한국영화 필수요소인 '가족'을 연결시키면서, 권총/저격/추격전/1:1격투/고공낙하(?) 까지 다양한 액션 요소가 끊임 없이 이어지는 이 영화는 다시봐도 수작이다. 

 

 한번은 써보고 싶은 요소가 많은 북한 소재 영화, 전쟁영화 리뷰에 넣는 것은 어찌보면 살짝 벗어난 것이지만... 한국에서의 전쟁 얘기에 북한이 빠질 수는 없으니.. 요 부분은 스스로에게 좀 너그러워져보려고 한다. 

 

2. 크지는 않지만, 어쨌든 단점은 단점 - 다소 복잡한 설정과 인물간 배경

용의자 표스터 (주연 6인)
<출처 : 네이버 영화>

  실제로 영화 포스터에 포함된 주연만 6명이다. 이 들은 저마다 인물서사까지 제각각 갖추고 있고, 영화에서의 행동 배경까지 개인적으로 모두 다르다. 관객 입장에서는 스토리 자체는 매우 풍부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실제로 상영관에서 작품을 접했을 관객이 한 번에 시놉시스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싶다. 

 아 물론, 등장인물의 행동배경이나 스토리 자체는 매우 직관적이다. 공유(지동철 역)은 북한 특수부대 출신으로 박희순과 악연이 있고, 가족을 잃고 탈북하여, 가족을 죽인 동료를 뒤쫓는다. 김성균(이광조 역)은 지동철과 친구이자 북한 특수부대 출신으로 지동철 가족을 죽이는 작전에 참여한 후, 탈북하여 한국 국정원의 요원이 된다. 한 명 한 명의 스토리는 직관적이고 새로울 것이 없지만, 악당 국정원 요원과 이 모든 스토리를 연결짓는 해직기자까지.. 얽히고 섥힌 이 줄거리는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중후반부까지 모두 풀리지 않고, 결국 나중에는 사실상 영화의 치트키 조재윤(조대위 역)과 친절한 과학자 아저씨의 긴 설명을 듣고서야 큰 그림이 드러난다. 

 이러다 보니, 선명한 선악구도로 액션에 집중하다가도 '아... 이래서 이랬구나, 저래서 공유가 죽자고 달려드는 구만...' 이런 유레카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게 감독의 의도였다면 훌륭한 연출인데, 그렇지 않고 정통 액션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좀 더 이른 타이밍에 선명하게 액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정리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물론 이런 줄거리조차 잘 녹여냈기에... 영화를 10번 넘게 본 내가 오랜만에 다시 틀어도 새로운 면이 있다.  볼수록 새로운 면을 찾을 수 있는 보기 드문 액션영화. 

 

3. 선 굵은 액션영화 - 압권은 청량리역 격투씬, 경배하라 원진 감독

 

영화 용의자 중 지하철에서 즉결요원과의 혈투
<출처 : 네이버 영화>

 끊임없이 이어지는 액션씬 중에, 단연 군계일학은 지하철에서의 공유와 즉결요원과의 격투였다. 우연찮게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 인지함과 동시에 상대방을 죽여야 끝나는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평범한 택시기사 같았던 아저씨가 저격솜씨가 일품인 것을 넘어서, 발차기가 아크로바틱한 수준을 넘어서, 주인공 공유를 능가하는 왕 자 근육을 보여준다. 이 분 누구지? 왠지 낯설지도.. 그렇다고 익숙하지도 않은데.. 간단한 검색으로 모든 의문은 풀렸다. 

https://blog.daum.net/kamunion/14894757

 

용의자의 액션씬스틸러 원진( Won Jin 元 振 )무술감독(배우)

액션의 대가. 영화배우 원진을 말하다. "영화에서 원진은 청량리역 지하보도 과격한 액션도 선보이고, 그 동안 잘 관리한 상체도 드러내고, 벽 찍고 돌고.. 예전에 열광했던 원진의 모습을 보면

blog.daum.net

 알고보니... 수십년 내공의 무술감독 원진 감독이었던 것... 주연 공유가 부담을 느낄 정도의 실력이었다고 하는데... 그 모든 생동감 있는 격투씬이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62년 생이니, 개봉당시 46세, 젊다면 젊은 나이지만, 주연을 능가하는 포스를 보여주면서, 수많은 격투씬 중에서도 단연 군계일학 장면을 만들어낸 것에는 그야말로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4. 역시 뭐든 잘하는 김성균 - 리광조의 양면성을 슬프도록 리얼하게 묘사

<출처 : 네이버 영화>

  극중 김성균은 아직도 파릇파릇해보인다. 싸이코 살인마부터, 무뚝뚝한 연대생, 국정원 팀장 역할까지 다양한 역할을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소화하는 그는 이 영화에서도 정말 탈북자 같은... 정말 그저 소시민으로 '살고 싶었던' 리광조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했다. 

 지동철을 죽이라는 마지막 임무를 끝끝내 완수하지 못하고, 지동철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리광조는 마지막 순간 '미안하다. 나도 살고 싶었다.'라고 친구에서 진심을 말한다. 아내와 함께 빨래를 널던 서울 소시민 이영조는 결국 탈북 즉결요원 '리광조'로서 죽음을 맞게되는데... 지동철을 죽이려 했던 그가 마지막 순간 그 말, 그리고 서울에서 첫 해후에서 손바닥에 적은 글씨 '딸은 살아있다'가 리광조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는 것 같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5. 무적 아우디, 그런데 왜 국정원 요원이 아우디를? ㅎㅎ

용의자 중 주인공의 무적 아우디
<출처 : 네이버 영화>

 사진은 대파된 것처럼 나오지만, 이 아우디 차량은 무려 2~3중의 경찰순찰차 바리케이트를 뚫고 나온 무적 차량이다. 지동철은 순찰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채로 달리면서 앞 차량을 범퍼 삼아 가볍게  미리 쳐놓은 차량 바리케이트를 돌파한다.

 그 뿐이냐. 그후에는 다른 즉결요원이 돌진시킨 지프차량을 정면으로 들이받아 날려버리고도, 아무일 없다는 듯 털털거리며 현장을 빠져나간다. 

 차량 기준으로 실로 엄청난 내구성인데... 이러한 홍보효과를 노려서 한 협찬인지... 영화에서는 모든 국정원 요원이 타는 차량이 '아우디'이다. 여기서 생긴 궁금중 하나. 어쨌든 국가공무원인 국정원요원이 외제차를 타도 되나? 위험한 현장일을 하니 국산차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면 타도 되려나.... 개인적으로 프랑스대사관 차량을 업무행사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모든 차량이 '르노'였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TMI에 관심이 많은 오지라퍼 필자에게는 다소 눈에 거슬리긴 했다. 

 

6. 제이슨 본의 한국 제자 - 지동철

본 얼티메이텀 중 지붕을 달리는 본
<출처 : 씨네21>

 감독의 의도된 오마쥬일까? 그건 모르겠다. 사실 의도했던 아니던 영화를 본 모든 액션영화 매니아들은 6년전 개봉한 '본 얼티메이텀'을 떠올렸을 것이다. 신체나이가 이미 전성기를 지났던 맷 데이몬을 데리고도 본 얼티메이텀이 본 시리즈 중 감히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탕헤르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돌진/격투씬이 큰 지분을 차지함은 자명하다. 그리고, 여성요원을 구하기 위해 탕헤르 주택 밀집지역의 지붕을 날아오르듯 돌진하는 본의 모습은 여성팬들의 당시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었다. 

 지동철 또한 최경희(유다인 역)을  구하기 위해 지붕 위에서 엄청난 경공을 선보이는데, 난이도는 6년전 제이슨 본의 미션보다 높아져서, 그가 달려가는 전에 이미 최경희는 악당과 마주한다. 이 불가능한 미션을 결국은 지동철은 완수하는데, 이 씬에서 깔리는 음악조차 본의 질주와 비슷하다. 관객입장에서는 크게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았기에 즐거운 회상이었는데, 이어지는 탈출씬에서 저격수조차 가볍게 피하는 걸 보면, 감독은 오마쥬로 시작해서, 더 난이도 높은 질주를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지동철의 지붕 위 질주
<출처 : 네이버 영화>

7. 영화 '아저씨' 차태식이 지동철을 만난다면? 그래도 '아저씨'

 어찌보면 '본 얼티메이텀'보다 더 액션영화 흐름을 바꾼 영화는 '아저씨'라고 할 수 있는데, 고어에 가까운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었는데 남녀팬 마음을 고루 사로 잡았던 원빈의 마지막 영화는, 액션 면에서는 거의 혁명 수준이라고 평하고 싶다. '아저씨'이야기를 하면 너무 길어지니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이 영화를 보고 또 볼 때, 자연스럽게 지동철과 차태식(영화 '아저씨' 중 원빈 역)를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북한 용강 출신 특수요원 지동철과 대한민국 특작부대 최고요원 차태식... 양쪽 에이슬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비슷한 듯 다른데.... 다들 의견은 갈리겠지만, 어쨌든 액션계의 혁명을 일으킨 것은 '아저씨'이고, 3년 후 '용의자'는 그를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오해 없었으면 하는 것이... 혁명적이지 못했다고 해도, 이 정도 완성도 높은 액션을 한 영화에 쏟아부은 것은 '용의자'의 새로운 공로이고, 어찌보면 최초의 혁명적 업적 이후, 그에 못지 않는 두 번째가 되는 것은 최초 만큼이나 어려운 법이다. 영화 '아저씨' 이후 높아진 관객 눈높이를 충족시켜준 원 감독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8. 박희순 - 참 매력적인 배우

고뇌하는 박휘순
<출처 : 네이버 영화>

 민세훈 대령 역은 거의 배우 박희순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폭이나 형사 역에만 특화된 이미지는 아닌가 우려되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역을 이렇게 진지하게 잘 소화하기도 쉽지 않다. 위 스틸 컷은 민세훈 버전 포스터에도 쓰이는데, 천신만고 끝에 지동철을 향해 총구를 겨누게 된 민세훈 대령의 고뇌가 드러난다. (누구보다도 쏴버리고 싶지만, 토끼몰이 당하는 지동철을 생포해야만 하는...)

 그 외에도 끊임없이 조대위를 갈구면서 보여주는 티키타카는 그야말로 영혼의 콤비랄까... 민세훈 대령의 모든 명대사(껌이야 떡이야. 집중 안해 등등)은 조대위를 갈구는 장면에서 나왔던 걸 보면,  영화 속 치트키(지문전송, 통화내역 빼내기, 첩자 포착 등) 역할인 조대위에게 생동감을 불어놓은 것도 결국은 박희순이었다. 

 

9. 손익분기점 : 350만, 최종흥행 410만

 액션 하나만은 완성도 최고였다는 '용의자'는 적지 않은 95억원의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가볍게 손익분기점을 넘어 성공을 거뒀다. 

https://m.newsen.com/news_view.php?uid=201401120751329610#_enliple 

 

‘용의자’ 손익분기점 돌파, 韓 영화 쌍끌이 흥행 주도

'용의자'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1월11일 영화 '용의자'(감독 원신연)는 전국 511개 스크린에서 12만5,900명을...

m.newsen.com

 처절한 격투가 많았음에도 그렇게까지 잔인한 장면이 많지 않았고, 공유가 혼신의 액션연기를 보여준 데다, 전체적으로 눈이 호강일 정도의 액션씬이 계속 이어졌으니, 역시 상업영화를 보는 관객 눈은 냉정하면서도 정확하다 하겠다. 

 

 

10. 평점 7.5, 랭킹 2/4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탈북자와 방첩 특작요원의 세계를 심도있게 파고든 것, 그리고 액션씬에서의 수많은 도전은 높이살 수 밖에 없다.  

 

  1위 : '최종병기, 활', 8.0

 

  2위 : '용의자', 7.5

  3위 : '안시성', 6.5

  4위 :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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