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고구려전쟁사의 전설 - 안시성(2018, 김광식 감독)

마셜 2022. 5. 23.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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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연은 언제든 영화를 망하게 할 수 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조인성의 연기가 딱히 부족하진 않았다. 다만, 그가 너무나 안시성주 양만춘 역할에 맞지 않는 배우였을 뿐이다. 연기가 부족하지는 않았다며?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 잘 생긴 외모, 튀는 고음톤의 목소리, 웃을 때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장군 역할에 맞지 않는 표정.. 무엇보다도 부장들보다도 훨씬 어려보이는 외모... 모두 그는 어울리지 않았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조인성이 맡겠다는데 거절하기 어려웠으리라는 것도 이해하고, 조인성 전에 어떤 배우가 거절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영화는 실패했고, 다시 생각해보다. 이는 미스캐스팅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미스캐스팅의 조인성 조차도 선녀로 보이게 하는 캐스팅이 있었으니, '설현'.... 연기력이 이건 뭐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설현?  설현.....

출처 : 네이버 영화

 

 전투에서 활약하는 부장으로 분한 조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주연 조인성보다 더 대장 같기도 했고... 감독이 애써 영화 '300'처럼 화려해보이는 액션을 추구하지만 않았어도... (그나마 그런 기조도 계속 왔다갔다 하지만) 더 훌륭했을 듯.. 아마도 도끼부대는 '300'처럼, 칼 부대는 '이퀼리브리엄'처럼... 이런 걸 구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게 되었다면.. 영화가 이런 평을 받지는 않았겠지. 그러고보면 둘 다 잡으려고 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옛말이 참으로 진리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2. 너무 길어! 1시간 30분짜리 전투라니...

 OTT로 다시 본 탓도 있겠지만,  본격적인 전투장면이 무려 1시간 30분 가까이 이어지는 것은 충격이었다. 물론 영화관에서 나쁘지 않게 봤지만...  일단 전설의 천만영화 '명량'과 비교를 해보자. 두 영화 모두 한 번의 전투에 모든 것을 집중한 영화인 것은 같다. '명량'에서도 본격적인 전투를 다룬 시간은 40분이 조금 넘는다. '안시성'은 그 두 배 가까이 된다. 자연스럽게 전투 전 인물 들 간의 서사나, 분위기 조성은 모두 약하게 되고... 전투 흐름도 계속 끊긴다. 더구나 앞에 주필산 전투를 다루고 나서도 1시간 30분이라니...

 보여주고 싶은게 너무 많았던 심정도 이해하고, 그만큼 신선한 장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상업영화라면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을까. 

 

3. 베끼려면 좀 더 고민을...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고... 한국 전쟁영화 팬이라면, 대대로 한민족의 주특기 공성전에 대한 관심도 많을 것이다. 이런 한민족 영화팬에게 산성 전투 그 자체인 영화로 승부를 걸었으니.. 이전에 공성전으로 한 획을 그었던 명작을 참고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이 공성장비는 모두 2005년작 '킹덤 오브 헤븐'에 나온 것들이다. 그리고 2018년작 '안시성'에서도 볼 수 있다. 물론 여당전쟁에서도 충차, 발석거 등은 당연히 쓰였겠지만, 이 구현에서 제작진은 쉽고 빠른 길을 택한 것 같다. 바로 명작 '킹덤 오브 헤븐'에서의 공성장비 활용과 파훼법을 그대로 가져다썼으니... 

 당연히 신선함은 떨어졌고... 리들리 스콧 특유의 장대한 물량도 없는 '안시성'은 애매한 베끼기 라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과감하게 공성장비 중 버릴 것은 버리거나, 재현에 좀 더 신경을 썼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자체의 스토리는 소설 '잃어버린 왕국'(최인호 작)을 많이 참고한 듯 하다. 신궁을 날려 당태종이 눈 부상을 입고 돌아가게 되는 마무리까지... 최인호 소설 자체는 백제 이야기지만, 안시성 전투를 생생하게 묘사하여 어렸을 때 기억에 남았는데, 이 글을 쓰기 전 어느 정도 비슷한가.. 를 도서관에 잠깐 들려 확인하고 난 후 든 생각은.. '영화 제작사에서 판권은 샀나.. 너무 똑같은데..' 였다. 

 

 전체적인 줄거리나 공성장비 들은 어쩔수 없었다 치더라도.. (애초에 이 부분을 전부 창작으로 풀어가기엔 너무 엄청난 작업이고, 참고할만한 역사사료도 부족한 것은 사실이니) 극 중 뜬금없이 등장하는 '파소&백하 연애질에 대한 양만춘의 분노' 또한 거의 표절에 가까웠다. 

 

 옛날 영화지만, 1998년작 '아마겟돈'을 보면, 아버지 브루스 윌리스가 딸 리브 타일러의 연애질 현장을 목격하고, 남자친구 밴 에플렉을 산탄총으로 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 초반에 다이나믹함을 잘 고조시켜준다. 

 (*아래 사진은 아버지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딸의 모습)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이 장면을 감독은 '안시성'에서 그대로 가져다 써먹었는데.. 설득력까지 많이 떨어진다. 둘 사이를 반대하는 이유가 고작 전쟁이 끝날때까지 안된다... 인데.... 이미 당과의 전쟁은 장기화되었을 텐데.. 게다가 파서 정도면 부장 중에 유일하게 태학 출신에 기마대 대장인데.. 왜 반대?? 맥락 없는 베낌은 표절이라는 비난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적어도 '아마겟돈'은 브루스윌리스의 연기력과 설정으로 '안시성'보다는 해당장면을 훨씬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4. 도대체 이 역할은 왜 필요했을까? 신녀 시미 (배우 정은채)

출처 : 네이버 영화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신녀는 극 흐름에 아무 도움을 못 주다가, 마지막에 기마대가 당태종을 암살하기 위해 야습을 걸 때, 그걸 누설함으로써 기마대를 전멸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그 이유가 '당태종이 살아 있어야 항복할 기회라도 있으니까'... 이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발상임과 동시에... 황제가 죽으면 분노로 성을 함락시킬 것이다? 애초에 전투의 신 당태종도 뚫지 못했는데... 아무리 미래를 보는 신녀라지만.. 이 행보는 이해가 되지 않음과 동시에 영화에 부족한 서사를 더 처참하게 만들었다. 

 더하여 양만춘과 연인이었다는 과거가 주변인물들의 입담으로 회고되는데... 정작 그 과거는 극에서 아무런 임팩트가 없다. 도대체 이 신녀 역할이 만들어진 의도는 무었이었을까?

 

5. 그래도 애쓴 점은 인정한다. 

 거대한 프로젝트에 도전하여, 500만 넘는 관객을 상영관으로 이끈 점 인정한다.. 그 덕에 많은 사람이 빈약한 사료로만 기록되어온 안시성전투를 기억하게 되었으니까. 

 

6. 개마기병, 충차, 발석차, 태학생도, 주필산전투, 토성... 재현에 감사한다. 

 그래도 이 영화에 기본적으로는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개마기병, 충차, 발석차를 실제 한국영화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대패했지만 고구려 개마기병이 마지막 전면전을 펼쳤던 주필산 전투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주필산전투를 통해, 참전하여 경험을 쌓는 태학생도들을 보여주고, 

 기병 대회전을 재현하면서 기병 운용의 중요성과 예비대를 어떻게 운영하는 지가 승부를 가른다는 점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공성전에서 토성이 왜 쉽게 무너지지 않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공성전에서 성벽이 일부 정렴당했을때, 기마대가 이를 제압하는 것이었는데, 예비대를 끝까지 남겨놓아야 하는 중요성, 그리고 대평원이 아니어도 기병이 순간적으로 보병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동시에 재현해 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제일 억지스러웠던 것은 굴을 파서 토산을 무너트린다는 설정인데, 단시간에 그 정도 굴을 파는게 가능한지를 떠나서, 치매 어머니와의 이별에도 직분을 다하는 성동일이 너무나 부자연스러웠다. 연기력이 아무리 훌륭해도 역할 자체가 이상하면 어쩔 수 없다는 걸... '안시성'은 여러번 느끼게 해준다. 

 

7. 연개소문과 양만춘과의 밀당. good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개소문과 양만춘과의 갈등은 그나마 빈약한 인물 서사를 이끌어가는 기둥이었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유오성은 억지를 부리는 연개소문을 잘 연기했고, 태학생도 사물(배우 남주혁)이 진심으로 구원병을 청하는 장면은 남주혁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기에, 나쁘지 않았다. 

 특히, 그 후 한민족 역사에서 증명되듯, 당군을 상대할 때는 대회전을 피하고 공성전으로 몰고가서 방어전을 펼쳐야 한다는 양만춘의 담담한 말투 또한, 반역으로 몰리는 한이 있어도 '이기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장지휘관의 고충을 잘 드러내서 좋았다. 

 

8. 감독은 왜?

 생각보다 감독은 여러 작품을 한 베테랑이 아니었다. 아마 '명량'의 김한민 감독처럼 평생의 꿈인 아이템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감독의 선택이 의외인 점이 너무나 많았다. 중국어로 연기해야 하는 역할에 도대체 왜 박성웅 같은 인기배우를 썼을까? 중국어를 열심히 배웠다지만, 차라리 그냥 중국인 배우를 썼으면... 그리고 왜 설현인가? 왜 조인성인가? 왜 친위대는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나... 등등등. 애초에 기대에 못 미쳤으니 두고두고 감독의 판단에 미련이 남을 수 밖에...

 

9. 손익분기점 : 돌파 하지만 아쉬움. 

 최종 관객은 544만명, 손익분기점은 540만명이었으니, 실로 아슬아슬하게 돌파했다. 어쨌든 손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뭘 번게 없었을 것도 자명한 사실... 너무나 아쉬운 결과. 하지만, 영화를 두 번째 보고 나니, 그나마 손익분기점을 넘은게 다행이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4/2018102400874.html

 

[공식입장] 조인성 '안시성', 손익분기점 돌파..오늘(24일) 안방 출격

공식입장 조인성 안시성, 손익분기점 돌파..오늘24일 안방 출격

www.chosun.com

 

 

10. 평점 : 6.5, 랭킹 : 2/2

 엄청난 미스캐스팅에 부족한 서사가 기억에 남는 영화지만, 그래도 개마기병과 주필산 전투를 재현했기에 5점을 줄 수는 없었다. 부장들의 고른 연기력(설현 빼고)에 0.5점을 가산한다. 

 

 랭킹은 '최종병기 활'보다는 당연히 아래, 현재 2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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