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탄금대 전투 분석을 통해 느껴보는 임용한 박사만의 매력

마셜 2022. 5. 3.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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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용한 박사를 알게 된 건 2년 전이던가? 한창 국방TV의 토크멘터리 전쟁사가 인기를 끌고 있을 때였다. 

 유튜브를 즐겨보지 않던 내가 전혀 몰랐던 콘텐츠... 친구의 추천과 링크 선사에 무심코 접속해본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가벼운 스낵처럼 진행되는 형식과 달리 전쟁사 전공 임용한 박사와 무기전문 이세환 기자를 초빙하여 누구나 아는 전쟁(임진왜란)부터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전쟁(포클랜드전쟁)까지를 섭렵해가는 그 반쯤은 무모한 진행에 나는 그야말로 빠져들었고, 안 본 에피소드가 한 개, 한 개 줄어들 때마다 아쉬움마저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에는 끝이 있는 법. 이런저런 후문을 남기며 토크멘터리전쟁사는 종영되었고, 그 후 유튜브에서 임 박사가 강의하는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클릭하여 감상하게 되진 않았다. 

 

 그러다 최근 우연히 만난 임용한 박사 팬이자 매니아! 동시에 제자이기도 한 분의 추천으로 저서 두 권을 읽고 난 후, 유튜브 영상 하나를 추천받았다. 

 콘텐츠 제목도 마음에 든다 '임진왜란 전란사'.. 주제는 더욱 마음에 든다 '탄금대의 전말'

 

 백문이 불여일견

https://www.youtube.com/watch?v=gcOF2btd-3A&t=370s 

 

 당시 최고 명장이라 평가받았던 신립 장군이 어찌보면 당시 조선의 마지막 희망이라 할 수 있는 병사 8,000명을 이끌고 벌였던 전투, 파죽지세로 한양으로 진격하던 왜군에 동래성-부산진 전투 이후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탄금대 전투에서 조선군은 전멸당했고, 그 후는 사실상 별 저항을 받지 않고 왜군은 평양성 이북까지 조선 왕을 뒤쫓는다. 

 

 신립은 천혜의 요새라 할 수 있는 조령을 방어하지 않고, 탄금대 벌판에서 기병 중심의 회전을 선택함으로서, 배수진이냐, 바보 같은 선택이냐 등의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실 영상을 보기 전, 내 나름대로 생각이 정리되어 있었다. 

 

 '신립 장군이 조령을 버리고 탄금대에 배수진을 친 까닭은 제승방략제 탓에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군인들이 계속해서 탈영하고 와해 가능성을 보이자, 결국 도망칠 수 없도록 강 앞에 배치해 결사항전을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 역사적 진실은 입체적인 법. 특히나 한국처럼 전쟁, 전투에 대한 기록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임 박사는 기록을 찬찬히 인용해가면서, 하지만 이야기를 풀 때는 과감하게 추측과 의견을 섞어가면서 공격적으로 분석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단 조각모음 같던 지식에 기반한 정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신립이 엄청난 오판을 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 충주성으로 들어간 선택도 바보짓이라기 보다는 보급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기록 중에는 이미 충주일대에서 왜군을 저지하기 힘드니, 북상하여 방어를 다시 도모하려했다는 점. 생각보다 작은 성인 충주성의 상주인구로 8000 병마를 보급하기가 어려웠으리라는 점. 

 

 결국 탄금대 배치는 사실상 배수진은 아니었지만, 제승방략제 등 여러 원인으로 군의 통솔 등이 전반적으로 엉망이었던 것은 맞다고 봐야하겠다. 

 

 다시 임용한 박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대유튜브시대..... 여러 역사 논객이 있고, 유튜브에서도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고, 학계에도 셀 수 없는 대단한 학자들이 많지만, 바로 이러한 공격적인 이야기 전개가 바로 임용한 박사 가장 큰 장점이고 독보적인 점이다. 

 공부를 업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경지에 올라야 받을 수 있는 박사학위... 그 무게감 때문인지 그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은 오히려 조금만 범위가 넓어지면 확언을 어려워하고, 여러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고, 1차 사료를 인용하면서 대중들의 이해 포기 가능성(?)을 높이는 경우도 많다. 

 사실 이는 어찌보면 어쩔수 없는 현상인데, 전문가들이 이룬 생태계에서, 의견과 주장으로 먹고사는 그들에게 전문가로서의 무게감은 당연히 큰 것이고, 그런 면에서 애매한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확언을 아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학자로서 끊임없이 저술과 강의활동을 해온 임 박사는 재미있으면서도 독특하다. 박사지만 동네 형처럼 편하게 이야기해주고, 감정적인 댓글도 다독이려 하며, 다소 비약이 있지만 솔직히 인정하며, 어떻게든 시청자를 이해시키려 애쓴다. 

 사실 이러한 적극적인 발언과 주장이 조용히 애매하게 이런저런 의견을 늘어놓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라는 건.. 비단 학계가 아니어도 사회생활을 해보니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시.. 왜 신립은 탄금대를 선택했는가?>

 신립은 무능한 지휘관은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 한양을 출발할 때는 한 번 회전으로 왜군을 쓸어버릴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베테랑 지휘관이 왜구 방어에 최전방인 동래성이 3,000명이 한 번의 전투로 전멸당한 것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겠지.

 결국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보급/훈련도 등의 상황에 좀 더 전열을 정비하려고 했지만, 왜군 진격속도가 너무나 빨랐던 것은 아닐까? 한양으로의 우회작전을 결사적으로 막아야했던 외로운 현장 사령관은 결국 외통수나 다름 없는 충주성 출성을 택했고, 한양으로 가려던 길에... 생각보다 너무 빠른 왜군 추격과 그만큼 빨리 와해되는 조선군 전열에.. 한 번의 결전에 모든 건 걸어보려 했다면.. 그 선택도 이해된다. 장교급에 속하는 모든 지휘관이 죽을때까지 싸웠다는 것만으로도 신립 장군과 지휘관들은 부족했을지는 몰라도 비겁한 사람은 아니었다 할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당시 신립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칠천량해전에서의 원균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 느껴지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임용한 박사의 임진전란사 한 번쯤 감상해보시라. 빠른 진도와 과감한 분석.. 역사를 좋아한다면, 즐거운 40분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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