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한국전쟁 영화의 몰락 - 장사리 : 잊혀진 전쟁(2019, 곽경택 , 김태훈 감독)

마셜 2022. 5. 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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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업영화의 진정한 실패 : 대중이 외면했다면, 이유가 있다. 

 

 최근 전쟁사 관련 유튜브를 자주 보게 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본 '장사리 전투'. 비교적 최근 영화화된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사실 이렇게 큰 제작비가 투입된 것도 몰랐고, 곽경택 감독 작품인 것도 크게 매력을 주는 요소가 아니었으니, 최근 몇 년간 보는 영화 편 수가 급격히 줄었던 나로서는 굳이 관심을 안 두는게 당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개별전투를 리뷰하는 유튜브 방송을 보면서, 처절한 상륙전을 상업영화로서 재현한 콘텐츠는 어쨌든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말 시간을 내어, 최대한 집중하면서 감상해보았다. 

 쓸쓸한 바다 풍경과 함께 영화가 끝난 후, 첫번째로 떠오른 느낌... 영화가 처절하게 실패했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1등 했으나 누적 70만에 못 미쳐

[박스오피스] 비수기 영향으로 흥행 부진 뚜렷... <벌새> 11만 돌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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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는 개봉 후 첫주 흥행성적을 지켜본 시점에서 나왔는데, 곽경택 감독의 분투를 낮게 평가하기는 어려웠는지.. 비수기 영향으로 분석을 시작하여.. 신파/반전영화 등 뒤엉킨 평을 적당히 잘 설명해줬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영화가 실패했다면 원인은 크게 한 가지... 영화가 극으로서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닝타임 100분 동안... 영화는 그렇다할 감동도, 반전도 없고, 슬픔도 고조시키지 못한다. 오밀조밀하게 이런저런 요소들이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지만, 한 요소도 큰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달까? 한국전쟁 시기 잊혀진 전투를 끄집어내어 애쓴 제작진 노고는 치하해야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제 관객들 눈을 끌기가 너무나 어렵다.

 

2. 곽경택 감독 - '암수살인'으로 업 싸이클이었다면, 이 영화는 다운 싸이클

 2000년 초반 한국영화계를 강타했던 '친구' 열풍. 아직도 많이들 기억하는 유행어를 남길 정도로 대단한 흥행작이었고, 자연스럽게 '억수탕'으로 재밌는 영화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던 곽 감독은 한 방에 대표적 흥행감독이 되었다.  그후 행보는 생각보다 다작.. 모든 작품이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극비수사'나, '암수살인'은 흥행에도 성공했고, 선 굵은 리얼리티 시대물이 곽 감독 장기임을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전쟁물은 무리였던 건가? 아니면 이제는 다운 싸이클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친구' 이후에도 흥행실패를 다수 경험하다가, 다시 반등한 곽 감독, 예정된 다음 작품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으나, 커리에 남을 정도의 큰 실패를 경험한 지금... 그리고 그 실패가 단순히 무리한 전쟁물 도전 때문이라기 보다는 영화 전반적 재미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임을 생각하면.... 이제는 감이 조금은 떨어진 곽 감독이 다시 대작에 도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 소방관을 주제로 한 차기작을 준비중인 것을 보면.. 진정한 하락세인지. 아니면 반등할지는 곧 드러날 것도 같다. 

 

 

곽도원·주원·유재명, 곽경택 감독 '소방관' 불꽃길 도전 [종합]- 스타뉴스

곽도원과 주원, 유재명이 곽경택 감독의 신작 '소방관'에서 호흡을 맞춘다. 14일 영화계에 따르면 주원은 최근 '소방관' 출연을 결정하고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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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왜 영화에서 북한군은 그냥 몹(Mob)인가?

 전반적으로 전투장면에서 생동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전부 '몹'처럼 처리된 북한군이다.우르르 몰려오다가 매복에 당해 괴멸당하고, 다시 우르르 몰려오는 북한군. 지휘관도 전혀 묘사되지 않고, 왜 장사리를 그토록 탈환하려 하는지도 별다른 설명 없이... 그저 몰려온다. 

 그리고, 학도병을 이끌고 힘들게 해안을 점령한 지휘관 이명준 대위도 그 몰려오는 북한군의 움직임을 너무나 잘 예상한다. 사실 전쟁영화에서 작전 필요성이나 개연성을 자세히 설명할 필요성은 없다. 그러기엔 상업영화 제한된 시간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런 지나친 생략이 북한군을 살아있는 인물이 아니라 그저 세팅된 게임캐릭터처럼 자동으로 공격해오는 몹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장사리 전투의 전쟁사 속의 의미를 대략 듣고 영화를 찾아본 내게도 이 정도 아쉬움이라면, 극장에서 영화를 접한 관객에게는 인물 대 인물 간의 갈등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4. 종군기자 메간 폭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헐리웃 배우 메간 폭스. 이 영화에서 종군기자로서 끊임없이 학도병을 위해 애쓴다. 그런데 이 역할이 정말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물론 한국전쟁은 국제전이고, 살아남은 학도병을 구해낸 것도 미군이 맞지만, 종군기자 역할 자체는  전체 흐름에서 많이 부자연스러웠다. 

 

 

인터뷰+ㅣ'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정태원 대표 "호박죽 사주며 메간 폭스 캐스팅"

인터뷰+ㅣ'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정태원 대표 "호박죽 사주며 메간 폭스 캐스팅", 메간 폭스 마음 사로 잡은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 "'장사리:잊혀진 영

www.hankyung.com

 제작사 대표가 많이 공을 들여서, 캐스팅했고, 배우 본인도 방한하여 예능 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하면서 열심히 홍보한 모양이다. 대표 인터뷰에서도 과정의 노고가 느껴졌고, 글로벌한 캐스팅 성공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다. 그리고, 제작사의 전작인 '인천상륙작전'에서부터 종군기자 역할을 만드는 것에 많이 공을 들였다는 코멘트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쟁물에서 인물 서사가 살아있다면, 이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화자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전쟁 관련으로는 '위워솔져스'가 유사한 형태로 종군기자가 관찰자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리얼한 전투 장면으로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똑같은 느낌으로 기자 역할은 불필요하게 느껴졌었다. 혹시나 제작진이 외부에서 보기에도 슬픈, 비극적인 전투였음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서 생각했다면, 너무나 쉽고 빠른 방법이라서, 전체적인 외관 밸런스를 무너트리는 장치는 아니었나 싶다. 

 특히, 기사 송고를 고위층에서 컷해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소 무모하긴 해도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필요했던 작전에 대한 기사를 내부비리 폭로 단속이라도 하듯 무리하게 막는 설정은 좀 작위적이었고, 이러한 이상한(?) 설정이 역할 자체를 더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생각해보자 성동격서를 위해 반대방향에서 별도 작전을 한다면, 그 별도 작전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어서 널리 알려져야 교란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5. 출중한 연기력 - 김명민 이하 모두에게 경배를

출처 : 씨네21 홈페이지

 출연한 배우 모두들 정말 어려운 작품이었을 텐데,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주연 김명민이야 어떤 작품에서든 자기 역할에 부족함이 없었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학도병으로 나와서 애쓴 어린 배우들 모두 그 젊음을 바탕으로 정말 청년 같은 모습을 잘 보여줬다. 

 배우 김인철은 학도병을 이끄는 일등상사로서 전사할때까지 정말 앞장서는 모습을 잘 보여줬는데... 영화 '마이웨이'에서도 광기어린 군인 역할을 잘 소화했는데, 묘사게 겹치는 이미지의 류태석 일등상사 역은.. 이런 역할은 정말 능수능란하구나 하는 베테랑의 풍모를 보여줬다. 최악의 상황이 술이 들어있는 수통을 학도병에게 건네고 씨익 미소짓는 류 상사는 정말 야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앞장서는 베테랑 부사관의 모습이 아닐까. 

 

출처 : 네이버 영화

6. 차라리 이명준 대위를 위한 영화였다면..

 실제로 이명준 대위는 유격대를 만들자고 주창했던 장교로서, 학도병을 이끌고 이 무모한 작점을 감행하게 만든 산파와 같은 역할인데... 영화에서 용감히 싸우긴 하나 입체적인 인물로까지는 묘사되지 못했다.전투를 이끄는 이 대위는 고군분투하지만, 중요한 후퇴결정에서는 큰 발언도 하지 못하고... 뭔가 학도병을 불쌍하게만 보는 인물.. 끝내는 별 잘못도 없이 사형선고를 받는 막판 비약에서는 그저 헛웃음이 나오면서... 영화 자체 스토리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까지 주었다. 그냥 좀더 선명하게 이 대위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아쉽다. 

 

 

7. 한국전쟁(6.25전쟁) 명작영화의 흥망성쇠

 -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 1,174만명, 형제애

 - 2010년 포화 속으로, 333만명, 학도병

 - 2011년 고지전, 294만명, 고지전투

 - 2016년 인천상륙작전, 705만명, 인천상륙작전

 - 2019년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110만명, 학도병

 

  한국에서 블록버스터 전쟁물의 역사를 시작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벌써 18년 전이다. 당시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나는데, 이번에 정리를 해보니 그 후로 한국전쟁을 다룬 대작은 꽤나 많았다. 

 전체적인 관객수를 흐름으로 따져보니, 천만영화로 시작했지만, '인천상륙작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관객이 줄고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 이야기 흐름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고, 결국 선악구도 속에 가족애가 드러나는 공통점이 드러난다는 측면에도 같다. 다만, 영화 전반의 테마는 '형제애->학도병->고지전투->인천상륙작전->학도병'으로 바뀌어왔는데, 돌고돌아 다시 2010년 작 '포화속으로'와 으로 '학도병'으로 테마가 같아진 상황. 전작보다 영화적 재미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으니, 어찌보면 관객 평가가 냉정한 것 또한 당연하다고 하겠다. 

 천만영화와 함께 시작된 이 트렌드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이 흥행에 대실패를 거두면서, 앞으로도 한국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를 굳혀갈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는 서울수복을 다룬 영화를 다시 다룬다고 하니 당분간은 영화계에서 한국전쟁 이야기는 계속될 것 같다. 인천상륙작전이 대성공이었음에도 서울수복은 엄청난 혈전이었다고 하는데, 그 치열한 혈전을 스크린에서 잘 재현해주길 빈다. 

 

8. 문산호 선원들을 위하여

 영화에서 초반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은 문산호 선장이다. 군함도 아니었던 배의 민간인 선장(고 황재중 선장)은 이 위험천만한 작전에 동원되어,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다가 결국은 전사한다. 그런 시절이었을 테고, 그런 전쟁이었지만, 젊은 학생들이 죽어가나는 현실에 어쩔수 없이 앞장서다가 죽음을 맞게 되는 선장의 모습은 정말 '어른'스러운 모습이었고, 초반부에 감정 고조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실제로도 민간인이었던 황재중 선장은 작전 중 전사했다고 하는데, 극 중 선장과 선원이 직접 헤엄쳐가서 로프를 연결하여 학도병들을 상륙시키는 장면이 어디까지인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족한 장비, 훈련받지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 아마 상륙할 수 있는 방법이 직접 로프 연결이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보면 분단된지 5년도 되지 않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아무끝까지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도, 우리 애들이 저렇게 죽는데 어떻게 모른척 하느냐 라는 단순하고도 선명한 감정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르겠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포토에서도 한 장 사진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비중은 적었지만, 애들 앞에서 앞장서야 하는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준 문산호 선원들, 초반 영화를 지탱하는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9. 손익분기점 : 370만, 현실은 110만

 현실은 냉정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학도병 이야기에 관객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고전 끝에 최종적으로 100만명을 넘겼지만, 거기까지였다.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와 나쁘지 않은 소재임에도 결국 이 정도 흥행성적이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10. 평점 4.0, 랭킹 3/3

 장사리 전투를 재현해준 것은 감사하지만, 5점을 주기에는 벅차다. 

 랭킹 또한, 비교가 되는 두 영화 또한 기억 속의 역사를 재현해준 것은 똑같은 기여. 그래서 랭킹 또한 세 영화 중 3등이다. 

 

  1위 : '최종병기, 활', 8.0

  2위 : '안시성', 6.5

  3위 :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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