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쿠릴 열도 : 실효지배 부정의 논리

마셜 2022. 3. 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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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미지 출처 : 네이버)

<2차대전 종료 전으로 돌아가자는 일본 = 실효지배를 부정하는 일본>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갑자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쿠릴 열도가 일본 영토임을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러시아에 완전 등 돌린 기시다 “쿠릴열도는 일본 영토” (naver.com)

러시아에 완전 등 돌린 기시다 “쿠릴열도는 일본 영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쿠릴 4개 섬에 대해 “우리나라(일본)의 고유의 영토이자 우리나라가 주권을 가진 영토”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n.news.naver.com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다. 지금 러시아는 전쟁중, 일본의 이런 발언에 어떤 대응도 하기가 어려울 거다. 물론 강대국은 이런 일을 잊지 않으니까, 특히 영토분쟁을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 분명 후폭풍이 어떤 형태로든 잊겠지만, 일본 수뇌부 쿠릴열도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면 언젠가는 발언할 거 지금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2차대전 패전국이자 전범국가로서 수많은 식민지를 토해냈던 일본은 계속해서 전방위적으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과는 독도 문제가 그렇고,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문제,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에 공개적으로 쿠릴 열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문제제기도 역사적 연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양쪽 입장을 알아야 판단을 할 수 있는 법이고, 러일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영토분쟁을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면이 있다.

특히, 2차대전 종전 직후 스리슬쩍 쿠릴열도를 점령한 소련군에 일본이 항의를 했던 것도 사실이기에, 2차대전 종료 후 외교적 정리과정과 무관하게 강제로 빼앗긴 영토라는 인식도 일본에게는 퍼져 있을 수 있다.

국방일보 모바일 (dema.mil.kr)

러·일 전쟁 설욕 노린 소련, 일본 항복 후에도 공격 강행

냉전의 시작 ‘사할린 전투’ -하세가와 쓰요시, 『종전의 설계자들』  소련, 2차 대전 종전 이후 벌어진 전투 5일 만에 함락시키고 쿠릴열도도 장악 미국과 충돌 우려 홋카이도 점령은 포기 中

kookbang.dema.mil.kr


그런데 생각해보자.

이렇게 수십년간 실효지배해왔던 영토를 이웃국가가 부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효지배를 부정하는 일본>


세계사 속 전쟁은 우리의 영토를 복원하겠다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세계사로 범위를 확장할 것도 없이, 고려, 조선 초 북방에서의 전쟁도 누구의 고토이냐로 촉발된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자신이 전범국가로서 주변 국가들에 수많은 피해를 입혔던 전쟁으로 점령했던 영토를, 그간의 긴 실효지배를 부정하고, 자기 영토라 주장한다면, 결국 이는 다시 이웃나라와의 평화로운 공존이 아닌, 군국주의 부활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제는 이러한 영토분쟁의 씨앗이 뿌려졌던 재래식 무기의 시절이 아니다. 특히, 동북아지역은 전세계 국방력 10위권 국가 중 다섯 나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계 엇갈리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그런 사정은 무시하고, 난 억울하니 계속 문제제기를 하겠다! 라고 한다면, 이는 공동체의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행동이다.

억울하겠지. 그리고 후세가 이를 잊지 않기를 바라겠지. 그리고, 이를 잘 이용해서, 정치세력으로서 자신의 지지를 확장하고 싶겠지. 그런데, 잊으면 안될 것이, 그러한 고토 회복에 대한 염원이 중동전쟁을 일으켰고, 수많은 전쟁의 명분을 제공했다.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인류 공동 목표이여야 하고, 그 중에서도 최고여야 하는데, 지금 이러한 당당한 도발이 실로 너무나 위태롭고 걱정스럽게 느껴진다.

유럽에서 전쟁이 한창인 지금, 이웃나라에서 다시 전쟁의 씨앗이 뿌려지는 2022년 초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기를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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