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냉전시기 친미 독재자를 암살하려면? 난이도 극상 미션 - 헌트(2022, 이정재 감독)

마셜 2022. 12. 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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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1. 다재다능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이정재 감독의 상업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어린 시절부터 잘 생긴 배우로 기억에 남아있는 이정재. 특히, SBS를 전국민에게 알렸던 <모래시계>에서 죽음으로서 여주인공을 경호하는  '재희'는 당시 여성팬을 여럿 울렸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건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이어가며, 세계적인 명배우가 될 지는 몰랐다. 사실 실제로 다작이고, 가벼운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지만, 늘 배역에 맞춰 잘 변신해왔기에... 이미지도 참 가변적이면서도 강렬하고, 노력파 배우면서도 재능도 뛰어나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재능의 끝이 연기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지금 느낌은 거의 놀라운 수준.. 간단히 다재다능으로만 간단히 평가하기에는 개인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겠지만... 이 정도면, 앞으로 감독으로 전념해야하지 않나 싶다.  대단한 감독의 탄생을 스스로 알린 이정재 감독이 아무쪼록 훌륭한 상업영화로... 영화계에 남을 대작을 만들어 주길 빈다.  

 

2. 영화는 무척 재미있다 : 간첩이 전쟁을 막으려고 하는 영화

 완성도는 매우 높다. 그런데 재미도 있다. 물론, 난 간첩물도 좋아하고, 시대물도 좋아하고, 그 중 액션이 섞인 영화는 꼭 본다. 그런 취향에 너무나 딱 맞는 영화였기에 개인적인 평가가 후할수 밖에 없지만, 전체적인 흐름도... 설정도... 그리고 결말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사실 조연까지 화려하게 배치된 캐스팅에 감탄하다 보니 영화가 끝난 느낌도 있어서.... 소문난 맛집에 갔더니 친절하고 인테리어도 끝내주더라.. 정도 평도 가능하겠다. 

<출처 : 네이버 영화>

 

3. 역사적 사건의 무게 : 아웅산 테러 사건

 영화 자체는 가벼울 수가 없다. 적국 북한이 우리나라 대통령을 죽이려고 했던 음모가 가볍게 그려지긴 힘들겠지. 영화는 거기에 국내 방첩 요직 인물들이 음모에 가담했다는 설정을 더한다. 실제로 1983년 있었던 아웅산 테러 사건을 소재로 사용한 것인데, 어찌보면 한국역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나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부총리 이하 수많은 각료가 사망했고,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만 했었다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실제로 이 테러가 국내외에 준 충격은 엄청났다. 미얀마는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북한과 단교했고, 당시 한국 군부는 전면전에 가까운 보복 작전을 대통령께 건의했다. 하지만, 겨우 죽음을 면한 전두환 대통령은 엄하게 무모한 작전을 막았고, 이러한 엄한 단속이 남북한 무력충돌을 막았다. 국민의 반대를 짓밟고 쿠데타를 일으켰던 독재자가 어찌보면 전쟁을 막는 판단을 했다니, 이토록 역사는 혼란스럽다. 어찌보면 당시 혼란 속에서 체제유지가 우선이었을지도.. 

 이 사건은 북한 공작원들의 소행으로 밝혀져있고, 북한 윗선 어디로부터의 지시였는지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당연히 1인 독재국가의 소행이니, 그 1인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아버지로부터 권력승계를 받고 있던 김정일 판단이었다는 주장 또한 공신력을 얻고 있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100725 

 

<헌트>와 1980년대 군부독재 시대 : 총구에서 나온 권력은 탄피처럼 지고 만다

<헌트>는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간부인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를 통해 정보기관 내부의 혈투를 그린다. 취조실의 이중유리는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보지만 안에서는 밖을 볼 수

m.cine21.com

 위 영화평은 당시 시대를 영화와 연결시켜서 잘 설명하는데, 비교적 담백하게 상황의 원인을 풀어냈다. 아웅산 테러 자체가 필연적인지는 의문이나,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결과인지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제 국민들 뇌리에서 잊혀져 가던 처참한 테러, 아웅산 테러를 훌륭하게 영화화하고, 북한과 대립이 극에 달하는 와중에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독재자를 향했던 역사적 사건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복잡한지를 2시간 영화로 잘 보여줬기에, 이 영화는 역사 앞에서도 그 역할을 다했다 하겠다. 

 

4. 군사독재정권, 정의로운 군인이 설 자리는 있는가?

<출처 : 네이버 영화>

 군인 출신 안기부 차장 김정도는 대통령 암살 계획을 눈치챈 미국이 망명을 권유하자, 군인에게 '너무나 큰 모욕'이라고 답한다. 잠시 멈칫했다. 70년대부터 87년까지 20년 가까웠던 기나긴 군사독재정권 치하에서 정의로운 군인이 설 자리가 있었던가? 

 물론 광주항쟁 당시 모든 진압군이 상부 명령에 동조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명령에 따른 군인이 많았을 것이고, 속으로 어떤 울분과 후회를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정의로운 군인들이 조직화하여, 그것도 하나회의 엄중한 감시를 피하여 대통령 암살을 도모한다... 사실 너무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창작과 상상은 자유.. 그 시절은 대한민국은 너무나 정의로운 군인이 필요했고, 여전히 정의로운 군인은 멋있다.  

 

5. 잘 살린 디테일 : 그 땐 그랬지

 그랜저인 줄 알았던 고급차... 왠 ford 마크를 달고 있지 했더니... 현대자동차가 포드와 협력하여 출시했던 '그라나다'였다.

 디테일에 박수를!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6800810&memberNo=23315462 

 

그랜저 보다 형이었던 70년대 부의 상징 "현대 그라나다"

[BY 다키포스트] 현대자동차의 고급 세단은 그랜저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m.post.naver.com

 불편한 술자리, 마주친 박평호와 김정도는 담배를 핀다. 그것도 정도 집에서, 정도 와이프가 있는데.. 그 시절엔 그랬다.

 디테일에 박수를!

 

 보안사-안기부 갈등은 당연했다. 안기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했고, 보안사령관이 정권을 찬탈했으니.. 견원지간일수밖에..

 디테일에 박수를! 

 

6. 여전히 잘생긴 이정재와 정우성

 이정재와 정우성은 세월이 무색하도록 여전히 잘 생겼다. 나이를 먹어서도 멋질 수 있다면, 그는 단순히 외모 때문만은 아니리라.. 배우로서 열심히 노력해온 아우라가 이제는 작품에서 풍겨나오는 것이겠지. 연기에 대해 호불호를 논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둘 다 이제 젊었던 시기 '키크고 잘생긴 남자배우 대명사'라는 이미지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 이제는 외모가 그 저 훌륭한 연기에 덤이 되었을 뿐... 1999년 둘다 청춘일때 '태양은 없다'에서 외모를 앞세워 영화를 빛나게 했던 두 배우는 이제 감독과 배우로 만나,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해주게 되었으니.. 한국영화에 또다른 빛나는 순간이다.   

 주연 둘 또한, '태양은 없다'를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하는 듯 하다. 자세하지는 않으나, 성장통으로서의 '태양은 없다'를 말하는 기사가 있어서 링크를....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20811_0001975200 

 

이정재·정우성, '태양은 없다'서 죽을 뻔했다…왜?

[서울=뉴시스]김현숙 인턴 기자 =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성장통의 시간을 겪은 적이 있다고 밝힌다

www.newsis.com

 

7. 왜 이정재는 변절했을까? 그 변절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영화에서도 설명되지 않고.. 실제로 가장 민감했을 부분... 극중 안기부 차장 박평호는 왜 변절했을까?

 전쟁을 막고자 동분서주하는 박평호 차장은 이해할 수 있지만, 굵직한 간첩으로 자리잡기까지 긴 시간 북한을 위해 일했을 안기부 요원.. 그는 왜 변절했을까? 오래전 변절했을 당시부터 자신의 변절이 전쟁을 막는데 일조할 수 있다 생각했을까? 여러가지 의문이 남는 캐릭터이다. 

 이정재 감독이 나중에 프리퀄이라도 한 번 제작해줬으면....

 

8. 북한이 오판할 정도로 위태로웠던 전두환 정권은 어떻게 존속했는가?

 1987년까지 8년을 존속한 전두환정권은 출발부터 너무나 정당성이 없었다.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부분은 당연하고.. 북한 수뇌부가 대통령만 제거하면 바로 나라를 무너트릴 수 있다고 오판했을 정도이니..

  지금 생각해보면, 이 독재정권이 8년을 간 것도.. 눈여겨볼한 점이다. 광주항쟁을 통해 국민적 저항도 무력진압당한 아픈 역사가 있고.. 미국의 묵인 아닌 묵인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전두환 정권의 통치는 길고 나름 안정적이었다. 북한과의 충돌도 없지 않았고, 민주화 운동도 명맥이 끊긴 것도 아니었지만... 정권에 대한 위협은 광주 이후 6.29항쟁에 가서야 나타났으니.... 그 통치가 길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원인이 80년대 경제호황 때문인지, 아니면 고도화된 철권통치 떄문인지.. 본격화되는 지역감정 때문인지.. 그도 아니라면, 지금과는 차원이 달랐던 북한과의 갈등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찌보면 열거된 모든 것이 이유일수도 있다. 

 임기를 다하고 물러난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했던, 당시 국민역량을 탓할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안타까운 역사임은 분명한 부분... 나중에 언젠가 전두환 정권에 대한 논문이라도 더 뒤져봐야겠다.  

 

9. 손익분기점 : 440만명 / 420만명

 영화는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감독/주연인 이정재에게는 너무나 큰 성공이다. 손익분기점은 비교적 아슬아슬하게 넘었지만, 해외에 수출도 되었고, 그 손익분기점 자체가 만만찮은 420만명이었기에... 많은 영화팬이 큰 성공으로 기꺼이 박수쳤으리라. 

 잘 만든 스릴러로서 한국현대사 큰 사건을 다뤘기에 평론가들 반응도 좋았다. 이정재 감독이 다음 작품은 다른 주연을 기용하여, 다른 장르 영화에 한 번 도전하길!!!

 

10. 평점

 2022년이 다 지나간 지금, '헌트'를  1위로 올리는 데 주저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조만간 이를 능가할 전쟁영화(혹은 간첩물)이 꼭 나오길!

  

  1위 : '헌트' , 9.0

  2위 : '최종병기, 활', 8.0

  3위 : '용의자' /  '남한산성', 7.5
  4위 : '안시성', 6.5

  5위 : '간첩', 5.0

  6위 :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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