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영국과 미국이 자랑스러워할 그 순간 - 다키스트 아워(2017, 조 라이트 감독)

마셜 2023. 3. 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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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윈스턴 처칠과 덩케르크 작전을 위한 영화

 영화는 너무나 잘 알려진, 2차대전의 시작을 다룬다. 하지만 2차대전이 전 세계가 핵폭탄의 위력을 보고서야 파멸의 길로 가는 것을 멈추었던 엄청난 국제적 사건임에도, 영화는 한 타이피스트(비서)와 넓게 보면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시각에서만 어떻게 전쟁이 시작되고, 영국이 어떻게 결사항전에 임하게 되는지를 다룬다. 

 엄청나게 복잡하고 거대한 사건일수록 보는 시각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지는 법. 괴팍한 총리와 그의 지시에 맞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타이피스트가 본 하루하루는 그저 바쁘고, 골치 아픈 일상이다. 그 일상 중에 수만 명, 수십만 명의 목숨을 건 결정을 행하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조 라이트는 영상미를 살려내는 데 아주 뛰어난 감독으로 영국문화를 잔잔하게 표현한 수작들로 유명한데, 영국이 가장 숨가쁘게 움직였을 이 기간 또한 영화의 색다른 소재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윈스턴 처칠의 참전이라는 결정도, 덩케르크 작전도 모두 당연한, 어쩔 수 없는 판단이지만, 이는 후세 역사 속에서 바라본 그저 리뷰일 뿐이다. 어떻게든 전쟁을 피해보려는 나이브한 판단으로 결과적으로 히틀러를 폭주하게 만든 전임 총리의 오판이나, 아무도 예상한 독일의 진격속도에 사실 영국의 전체 육군력이 몰살당할 위기에 처했던 덩케르크 작전의 현실 등을 생각해 보면, 그 골치아픈 일상의 무게는 실로 대단하다. 

 괴팍하고, 불쾌한 노인이었지만, 누구나 힘들어할 당시 일상을 이러저리 뛰어다니며 정면 돌파한 윈스턴 처칠의 위대함을 많은 사람들이 기리기에, 이런 영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1시간 만에 해고당할 뻘 할 정도로 괴팍한 노인 비위를 맞추느라 고생하는 비서 겸 타이피스트는 보통 사람이 보는 시각으로 처칠의 위대함에 공신력을 더해준다. 

<출처 : 다음 영화>

 

2. 사실은 게리 올드만을 위한 영화

 하지만 사실 영화는 게리 올드만을 위한 영화다. 어떤 역할을 맡겨도 훌륭하게 소화하는 대배우, 워낙 악당 역할을 잘 소화해서 선한 역할을 맡았을 때도, 얼굴에서 은은하게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마스크를 가진 이 대배우는 이상하게도 상복이 별로 없는 걸로 유명하다. 

 영국인과 미국인이 높이 평가한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간의 설움을 보상받은 듯 하지만... 세상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전 부인은 그의 아카데미 수상식이 꽤나 불쾌했던 모양이다. 

 

 

게리 올드만 오스카 수상... 전 부인"가정폭력범이 오스카?" - 머니투데이

데뷔 후 처음 오스카상을 수상한 게리 올드만을 지켜 본 그의 전 부인이 불쾌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7일 미국 매체 TMZ에 따르면 도냐 피오렌티노 6일(현지 시각) ...

news.mt.co.kr

 어쨌든 노구의 윈스턴 처칠을  너무나 잘 연기해낸, (사실 정말 게리 올드만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는 이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고... 그 수상이 이변이 아니며, 그간 상복이 없었다는 보도들을 보면,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연기력은 인정하는 수준이라 하겠다. 

 

3. 미국이 기억하는 그 순간, 영국의 몰락이 시작되었던 순간

 미국이 덩케르크 작전과 영국의 결사항전을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순간이 영국의 승전의 시작이 아니라 '영국의 몰락'과 '미국의 부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히틀러가 이미 서유럽을 완전히 장악할 때까지 영국은 전황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그래도 프랑스군이 버텨줄 것이라는 낭만적 생각을 하고 있었음이 영화를 통해 잘 드러난다. 오판의 결과는 혹독해서, 지원을 호소하는 영국 총리의 전화에도 미 대통령은 냉정하게 거절한다. 실제 루스벨트 대통령의 육성인가 싶을 정도로 실감나는 이 통화에서 영-미 간의 패권이 결정적으로 미국으로 기울기 시작했음이 잘 드러난다. 

 힘든 과정을 거쳐 영국이 덩케르크 작전을 통해 전력을 다소 온존해낸 후, 간절히 매달려서 얻어낸 미국의 참전 대가는 컸다. 물론 그 직접적인 계기는 진주만 기습이고... 미국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영국을 먹여 살리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얼마나 고생스러웠는지를 살펴보려면, 영화 <그레이하운드>에 한 번 도전해 보시길...

 

 

유보트의 현실적 공포 - 그레이하운드(2020, 아론 슈나이더 감독)

www.imdb.com> 1. 애플tv와의 첫 만남 - 사실 그냥 저냥..... 넷플릭스의 기념비적인 성공을 시작으로 많은 플랫폼들과 영화제작사들이 경쟁적으로 OTT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물론 영화 강국이라지만,

george-marshall.tistory.com

 

 미국이 2차대전의 키를 쥐게 되면서, 금융/과학기술/군사 등 다방면에서의 패권은 이제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갔으며,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도 미국은 마셜 플랜 등을 통해, 전후 세계질서를 유리하게 디자인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팍스 아메리카나를 향한 미국의 발걸음은 여기서 시작한 터... 찬란한 역사를 되돌아보는 건 어느 국민에게나 즐겁다. 특히, 그 순간이 제삼자 시각으로 객관적으로 묘사되면 더욱 그러하다. 

 

4. 신기하다 영국 의회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영국 의회는 정치에 무관심해진 한국인 입장에서는 신기하다. 

 좁은 사각형 구조에 빽빽하게 마주 보고 앉아, 발언하는 의원을 링 위 선수 바라보듯 하는 구조인데, 의회 풍경을 묘사하는 빛바랜 그림들과 최근 기사의 사진을 보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배치이자 구조인 듯하다. 

 

<출처 : https://cafe.daum.net/joucheol>

 

 이에 비해 한국 국회는 반원형으로 넓게 퍼져 앉아, 국회의장과 발언자를 바라보기 아주 쉽게 되어 있다. 국회의장의 권위가 한눈에 드러남은 물론, 참 편하게 앉아서 듣기 좋게 되어 있다. 뭐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적어도 영국처럼 구조를 바꾼다면, 앉아서 졸다가 사진 찍히는 일은 덜하지 않을까?  다소 좁은 곳에 빽빽하게 앉게 하면, 삿대질 하기도 어려울 거고... 한국 본회의장보다 좋아 보이는 건 그냥 기분 탓일게다..

 

외국 의회 본회의장 의원 좌석배치는 어떻게?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우리나라 국회 본회의장 좌석배치는 어느 당 소속이냐, 총선에서 어느 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느냐에 달렸다.

www.yna.co.kr

 

5. 어톤먼트에서 다키스트 아워까지..

 조 라이트는 작품을 많이 내는 감독은 아니지만, 필모그래피 중 두 작품이 2차 대전의 시작을 다루고 있다. 바로 <어톤먼트>와 <다키스트 아워>.  둘 다 평가도 좋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전쟁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는 두 영화이지만, 2차 대전을 실감 나게 묘사한 면에서는 대단한 수작이고... 영상미 또한 대단하다. 최근작이 흥행에 실패하긴 했지만, 전쟁물, 역사물을 기다리는 내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감독.. 

 

6. 추억 속의 타자기

 이제는 젊다고 말할 수 없는 나이. 그 나이에 걸맞게 난 타자기를 본 적이 있다. 학생 시절 전자타자기라는 물건을 요긴하게 빌려다 쓴 적도 있고... 어디서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먼지 쌓인 타자기를 보며, 키판의 작동원리가 오묘함을 한참 들여다본 기억이 어린 시절에 남아있다. 

 놀라운 사실은 학창 시절 사용해 봤던 신문물 전자타자기가 아직도 중고로 거래된다는 것!

 

 사실 굳이 프린터를 놓지 않아도, 간단한 문서는 금방 작성할 수 있으니, 상황에 따라서는 여전히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7.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화, 하지만 볼만하다. 

  그래도 영화 리뷰이니, 솔직히 고백할 수밖에 없다. 영화 자체가 엄청나게 흥미진진하거나 재미있지는 않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도 요즘 트렌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드라이한 시각에서 전쟁 초반에서 영국의 대처를 바라보는 건 분명히 가치가 있다. 

 배우들의 명연기는 담담한 이야기 또한 뛰어난 영화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1930년대 영국을 잘 재현했다고 평가받는 영상미 또한 영화 추천 요소... OTT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8. 유쾌한 노인 윈스턴 처칠을 위한 사진 한 장

<출처 : 유용원의 군사세계>

 우연히 찾은 처칠 사진 한 장.

 이보다 처칠을 잘 묘사한 사진은 없는 것 같다. 영국을 총리로 이끈 정치인지만, 사실 그는 어찌 보면 자기 고집을 끝까지 꺾지 않고, 자기 원 칠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 영국인이었다. 영화 연관 사진에서는 모조리 지워진 시거를 볼 수 있는 사진이어서, 살짝 웃게 되었다. 밀리터리마니아들이 사랑하는 톰슨 기관단총을 든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을 보면,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총리로서 집총 자세도 꽤나 연습을 한 모양이다.. 

 

9. 흥행 : 15,084만 불 / 3,000만 불
 역시나 영국인/미국인이 사랑하는 그 순간을 다룬 영화. 게리 올드만이 다룬 영화답게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물론 한국에서 4만 명도 안 되는 관객으로 흥행에 참패한 건 함정. 

 
10. 평점 : 7.0, 순위 제외
 전쟁영화가 아니기에, 순위에 넣을 수는 없는 영화다. 굳이 따지만 (전쟁)시대물? 하지만, 평점 자체는 7.0이 아깝지 않을 영화. 전개가 지루하더라도, 전쟁에 관심이 많은 영화팬이라면, 2차대전 발발 초기, 영국 총리, 아니 영국 전체의 고뇌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에 2시간을 투자할 만할 것이다. 


  1위 : '헌트' , 9.0

  2위 : '최종병기, 활', 8.0

  3위 : '용의자' /  '남한산성', 7.5
  5위 : '안시성', 6.5

  6위 : '그레이하운드', 6.4

  7위 : '강철비2: 정상회담' 5.5

  8위 : '간첩', 5.0

  9위 :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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