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년 - 전쟁 덕후

발칸반도의 위기는 왜 계속되는가? - 그 질문에서 시작된 수렁

마셜 2023. 11. 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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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이미지, 舊 유고슬라비아국기,  출처 : 위키디피아 

 

 뭔가 의문이 생기면,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돌며 생각이 이리저리 움직일 때가 있다. 

 발칸반도의 위기는 왜 계속되는가? 혹은 왜 반복되는가? 호기롭게 이 질문을 스스로에 던지고 나니, 아 지금 무덤을 판건가... 무덤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렁에 빠졌나... 이런 기시감에 답답해진다. 

 

 굳이 역사를 따지지 않아도, 지정학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참으로 흥미로운 지역이다. 

 여러 가지 배경 설명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어차피 발을 들였으면, 빠져나가기 위해 애를 써야 하기에, 스스로 한 질문에 대해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확인해봤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발칸반도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가지고 있는 세계사 교과서는 두 권(미래엔, 금성출판사), 둘 다 2017년에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것이니, 현행은 아닐지라도, 이제 꼰대 반열에 오른 내 입장에서는 최신 교과서이다. 

 

 상대적으로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발칸반도를 덜 다뤘기에, (그리고 내용도 비슷하기에) 미래엔 교과서만 꼼꼼히 살펴봤다. 

 'V. 제국주의와 두 차례의 세계 대전 - 2. 두 차례의 세계 대전' 단원에서 발칸반도를 언급한다. 

 

 ' *발칸전쟁

 세르비아 등 발칸 동맹국들이 제1차 발칸 전쟁을 일으켜 오스만 제국을 물리치고 독립을 이루었다. 이후 영토 분할을 둘러싼 내분으로 제2차 발칸 전쟁이 일어났다.'

 

 간략하고도 직설적인 설명을 통해, 발칸반도의 국가들 중 첫번째로 세르비아를 언급하고, 이들이 오랫동안 오스만의 지배을 받은 점. 독립 후에 내분이 발생한 것을 보면, 단일 민족이라는 의식보다는 각자 이익을 추구하는 별도국가 개념이 강했으리라는 점이 드러난다. 

 

  '*제국주의 열강 간의 식민지 경쟁과 함께 발칸반도의 민족주의는 유럽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발칸반도를 장악하였던 오스만 제국이 점차 악화되면서 이 지역에서 세력을 강화하려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중심의 범게르만주의와 러시아와 슬라브계 국가들 중심의 범슬라브주의가 대립하여 전쟁이 발발하기도 하였다(발칸전쟁)'

 

 위 발칸전쟁 정의 부분과 겹치면서도 굉장히 다른 어색한 설명. 일단 발칸의 민족주의가 전 유럽을 위기로 몰아넣은 주원인인가? 이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었던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라?  또한, 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지역의 분쟁에 있어서는 누구 대 누구 충돌인지는 설명해주면 좋았을 텐데.. 조금은 아쉽다. 

 

 '*1914년 사라예보 사건을 계기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자 3국 협상이 세르비아를 지원하고 3국 동맹 측이 반대편에 가담하면서 제 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었다'

 

 '*사라예보 사건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태자 부부가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인에게 암살당하였다.'

 

 역사 교과서는 축약의 마술서적임을 보여주는 구절. 사실 근대와 현대 사이의 분절이라 할 수 있는 1차 대전의 시작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을 테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술적 논쟁이 진행중이므로, 오히려 축약의 마술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VI. 현대 세계의 변화 - 1. 냉전과 탈 냉전'에서는 유고슬라비아의 독재자 티토의 이름이 등장한다. 

 

 '1961년 티토, 네루, 나세르 등은 베오그라드에서 제1차 비동맹 회의를 열고, 미국 및 소련이 주도하는 군사 동맹의 불참과 비동맹 국가들 사이의 협력을 선언하였다'

 

 냉전 틈바구니에서 비동맹 세계 리더들이 강한 영향력을 가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구절. 트로이카처럼 나란히 비동맹을 상징했던 셋 중 하나가 겉으로나마 유고슬라비아 체제를 통해 발칸에 평화를 유지했던 빨치산 출신 독재자 티토이다. 금성출판사 교과서와 달리 셋의 사진이 없는 부분은 아쉬웠다. 

 

 'VI. 현대 세계의 변화 - 3. 탈냉전 시대의 갈등과 세계질서의 재편' 에서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대한 훌륭한 정리가 나온다. 

 

 '*유고슬라비아 내전(1991~1999)

 동유럽의 옛 유고슬라비아 지역에서는 연방의 해체 과정에서 대규모 학살과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내전은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군이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막기 위해 슬로베니아를 침공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전쟁 과정에서 연방군의 세르비아 대통령은 극단적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표방하여 수만 명을 학살하였다. 내전 결과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슬로베니아-크로아니타-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마케도니아-신유고 연방으로 분리되었다. 이후 2006년 몬테네그로가 독립하여 국제 사회의 승인을 받았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엄청난 전쟁을 간략히 축약해내는 마술. 이 안에 제노사이드도, 무슬림과 가톨릭 그리고 정교 간의 갈등도 없지만, 어쨌든 연방에 해체되는 결과를 낳은 전쟁의 경과를 참으로 잘 요약했다. 

 

 

 갈 길은 멀지만, 이제 아 내가 정말 수렁에 빠졌구나 현실을 실감하는 단계까지는 왔다. 다른 기초 자료의 개념을 살펴보면서, 다시 문제의식을 좀 정리해봐야겠다. 

 

 

발칸반도

이렇게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혼재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미 갈등의 소지를 품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게다가 발칸반도는 동부 유럽과 중남부 유럽,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관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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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수렁에서 한 발 짝 더 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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