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라진 연방 유고슬라비아 - 그리고 123456

(출처 : KOTRA 홈페이지)

 
 애초에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고생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 길이 잘못되었는지 알려면,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오랜만에 진지하게 역사 관련 글을 써야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무작정 관심이 가는 주제로 달려든 건 무모한 일이었다. 

 
 '결국 역사 관련 글을 쓸 때는 자료와 타협해야 한다'

 
 이 격언의 의미가 뼈저리게 와닿은 것은 당연하고...
 
 밤새워 자료와 씨름하며 글을 써나가다보니, 끝까지 가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엄청 험한 길에 들어왔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사라진 연방국가 유고슬라비아, 써먹을 기회가 없었지만, 눈에 들어왔던 글감을 남겨본다. 
 
 1234567 국가
 
 1개의 연방국가
 2개의 문자(로마자와 키릴문자)
 3개의 종교(가톨릭, 정교회, 이슬람)
 4개의 언어(세르보크로아트어, 슬로베니아어, 마케도니아어, 알바니아어)
 5개의 민족(세르비아인, 크로아이티아인, 슬로베니아인, 마케도니아인, 알바니아인)
 6개의 연방 구성국(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7개의 접경국가(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알바니아)
 
한국의  2.5배 되는 면적에,  문자도 2개, (종교는 그렇다 치고), 언어는 4개, 민족도 5개, 연방 구성국은 6개... 참 복잡하고... 얽힌 게 많은 나라다. 
 
 위 이야기는 '가로세로 세계사 발칸 반도'에 나오는 것이라 하는데... 아무대로 학술서적은 아니라 그런지 약간 부연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보인다. 전문가 버전 1234567 국가 유고슬라비아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개의 연방국가
 2개의 문자(로마자와 키릴문자)
 3개의 주요 종교(가톨릭, 정교회, 이슬람)
 4개의 언어(세르보크로아트어, 슬로베니아어, 마케도니아어, 알바니아어)
 6개의 주 민족(세르비아인, 크로아이티아인, 슬로베니아인, 마케도니아인, 알바니아인, 보스니아 무슬림, 몬테네그로인)
 2개의 소수민족(알바니아인, 헝가리인)
 6개의 공화국(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2개 자치주(보이보디나, 코소보)
 7개의 접경국가(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알바니아)
 
 1234567 수열은 안 맞지만, 사실에 맞춰서 부연설명을 더해보니, 당시 유고슬라비아의 평화가 얼마나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었는지, 조금 더 실감이 난다. 
 
  보완설명 출처는 다음 논문... 풀어서 설명해 주신 전문가는 한국외대 김철민 교수님이다. 

유고슬라비아 체제전환 배경과 기원 연구: ‘티토이즘’ 붕괴와 ‘문화적 민족주의’ 부활의 관

 
 남슬라브족 역사를 살펴보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2차대전 기간 중 파르티잔의 무장투쟁 노력이 인정받아서, 승전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당연히 독립이 되었다는 점. 그 무장투쟁 규모가 궁금하여 찾아보니.. 투쟁에 가담한 인원이 최대 추산 80만 명.... 한 나라의 군대와 다름없는 수준이다. 단순히 인원만 많은 게 아니라, 독일군의 반복되는 공세에도 티토의 파르티잔은 이를 격퇴하거나, 피해 이동하기를 거듭하며 발목을 붙잡았으니... 전후의 당당한 독자행보도 뭔가 일관성이 있다. 
 
 이제 발칸반도와 유고슬라비아, 그리고 티토에 대한 힘들었던 여정은 끝이 났다. 머리에 뭐가 남았는지, 이것도 뭔가를 얻을 경험이었는지 알쏭달쏭하지만, 그래도 정말 핀치에 몰렸던 어제 그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밤을 새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기분이다. 이 기분 그대로 오늘은 그저 행복하게 지낼 생각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