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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미들블로커는 엉망진창 팀을 구할 수 있을까 -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장소연 감독 선임

마셜 2024. 3.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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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의 행보는 늘 예상 밖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백전노장 김형실을 첫 감독으로 선임했던 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행보였고, 그 외에는 계속되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특별지명에서는 즉전감이 있었던 현대건설을 외면하고,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만 잔뜩 지명했으며, 김형실 감독 후임으로도 한국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미국인 아헨 킴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아헨 킴이 석연찮은 이유로 팀을 떠나자, 이번에는 경력이 훨씬 좋은 다른 미국인 조 트린지 감독을 데려왔다. 그 사이사이 엉망진창 FA보상 선수 유출 사태, 팀내 괴롭힘 사태, 출전불가 조항 포함 트레이드 등은 논외로 하자. 이번에는 경험많은 맹장 타입 국내파 감독이 올 거라는 예상을 또다시 깨고 사실상 코칭 경험이 없는 장소연 감독을 선임했다. 
 

페퍼저축은행, 국가대표 출신 장소연 감독 선임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이 신임 감독으로 장소연 에스비에스(SBS)스포츠 해설위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장소연 해설위원은 1993년부터 2004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1996년 애틀랜타·200

www.hani.co.kr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레전드 중의 레전드 장소연 감독에게는 감히 아무도 기어오르지 못할 거라는 예상과 지도자 경력도 없고 성격도 유한 장 감독에게 페퍼 리빌딩은 무리라는 의견이 어지럽게 엇갈리고 있다. 
 사실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이만, 선수경력이 활발하다고 해서 지도자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당장 배구판에서 선수시절 명성으로만 따지만 우승은 김호철 감독이어야 하지만, 올해 그는 여러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며, 중위권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아무튼 도대체 어려운 상황에서 페퍼가 은퇴 후 해설 경력 밖에 없는 장소연을 감독으로 선임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구단은 다루기 쉬운 감독을 원했다. 그러면서도 감독이 선수단을 제대로 장악하길 바라고 있다.  
 
 이런 두 조건을 장소연 감독은 모두 충족한다. 배구를 오래 봤던 사람들은 모두 탈아시아급 미들블로커 장소연을 기억하지만, 변변한 지도자 경력도 없는 장 감독이 배구장 오기 좋아하고 팀에 큰 돈을 쓰고 있는 구단주에게 직언을 하기는 어렵다. 
 선수들은 장소연 감독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울 거다. 해설위원으로서 배구계 동향을 계속 면밀히 봐온 건 당연하고, 배구인 중에서도 아마-실업 경기장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진 장 감독이 페퍼 선수간 괴롭힘 사태의 이면이나 내막을 모를리 없다. 어떤 선수가 훈련에 소극적인지, 어떤 선수가 체중 관리를 못하는지 등도 이미 다 알고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딸이 배구를 했다면 프로에 입문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장 감독의 나이, 오랜 기간 해설을 했고 나름 동안이라 그렇지  차상현 전 감독과 동갑이고, 강성형 감독보다 네 살 어리니... 말도 통하지 않는 젊은 감독으로부터 존댓말 통역을 받으며 훈련하던 선수들게 개개인 성격과 커리어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엄마뻘 감독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두 양면적인 조건을 맞춰야 했기에 아마 마음대로 트레이드 하는 걸로 유명한 차상현 감독이나, 유망주 육성보다는 윈나우에 최적화된 이정철 감독은 고려되지 않은 듯하다. 이경수 코치 또한 괴롭힘 사태와의 관련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과연 선수단을 휘어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았기에 배제된 듯 하다. 
 

[단독] ‘거포→수석코치→프런트’ 이경수, 페퍼저축은행 사무국장으로 새 출발…레전드 장소

이경수 페퍼저축은행 수석코치가 페퍼저축은행 사무국장으로 새롭게 출발한다.한 배구계 관계자는 “최근 시끄러웠던 페퍼저축은행이 배구인 출신인 이경수 코치를 사무국장으로 선임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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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수 코치의 사무국장 취임에 대해서도 평은 엇갈리는데, 나쁜 선택은 아니다. 팀에 대해 흘러나왔던 어처구니 없는 소문 중 하나가 구단 운영을 대행사에 맡겨서 제대로 된 전문 프런트가 없다시피 하다는 거였는데, 배구계 슈퍼스타 출신으로 오랜 코치경력을 가진 이경수를 계속 그렇게 홀대하긴 어려울 거다. 갑자기 선수단 운영이 선진화되긴 어렵지만, 이제 그래도 남들 하는 만큼은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도로 평가할 수는 있겠다. 
  현재까지 확정된 인선을 정리해보니, 적어도 연령대는 괜찮다. 
 
 사무국장 이경수 1979년 44세
 감       독 장소연 1974년 49세
 수석코치 이용희 1982년 41세
 
 장소연 감독은 이제는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오기에는 많은 나이였기에 독이 든 성배라도 해볼만한 도전이었고, GS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이용희 코치도 꼴찌팀에서 안정적 지도력을 다시 보여주면, 차기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이경수 국장이야... KB손해보험과 페퍼에서 이리저리 힘든 상황만 거쳐왔던 지라... 몇 년 쉬면서, 다시 지도자 자리를 노리는 것도 괜찮다. 아니면 KBO 차명석 단장처럼 KOVO에서 선수 출신 프런트의 레전드를 노려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당장 외국인, 아시아쿼터 선수 선발부터 선수단 교통정리... 나머지 코치 선임까지 장 감독이 해야할 일은 너무 많다. 비록 5승이라는 처참한 기록으로 꼴찌에 머물렀지만, 그래도 이제 국대공격수와 몇몇 유망주를 보유한 팀... 작년처럼 조급함에 요행을 바라지 말고, 하나하나 정공법으로 팀체질을 개선해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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