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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女帝)의 마지막 도전 - KOVO 여자부 플레이오프 흥국생명 2차전 패배

마셜 2024. 3. 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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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미지 출처: 흥국생명 배구단 홈페이지)

 

 세계 배구계를 쩌렁 울렸던 여제 김연경의 마지막 도전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최고의 자리에 앉아있을 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다짐에 맞춰 선수생활을 서서히 정리할 때도 모든 것은 지금까지 김연경 선수 행보처럼 거침없을 것 같았다. 도쿄 올림픽 4강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명예롭게 은퇴했고, 국내리그로 복귀한 후에도 바로 흥국생명을 우승후보로 이끌며 여전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장기레이스 KOVO리그는 배구실력 외에도 여러 요소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 작년에는 구단 고위층의 '간섭(?)'에 팀이 풍지박산난 끝에 도로공사에게 거짓말처럼 우승컵을 빼았겼다. 올시즌은 구단도 심기일전, FA로 김연경 선수의 절친 김수지 선수를 보강하며, 더욱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지만, 외국인 선수와 세터의 심한 기복에 결국은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하지 못하고, 또다시 언더독으로 우승컵을 노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찜찜한 준우승팀으로 3위팀 정관장을 맞아 벌이는 플레이오프. 첫 게임 무난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두번째 게임에서는 정관장 주전 미들들로커 정호영이 부상 결장했음에도 패하며, 또다시 작년과 같은 업셋의 공포가 드리웠다. 

 

 

배구여제가 고군분투했는데…ML 레전드의 딸 꽉 막힌 부진, 명장의 고민도 깊어진다 [MK대전]

김연경의 고군분투에도 흥국생명은 웃을 수 없었다.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지휘하는 흥국생명은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2차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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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흥국생명이 고전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쾌하다. 바로 외국인 선수가 정관장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 트러블을 일으킨 후에 퇴출된 옐레나를 대신하여, 윌로우 선수를 영입했지만, 드래프트에서 왜 지명되지 못했는지를 보여주며 고전하고 있다. 물론 호쾌한 스윙을 앞세워 시원시원한 공격도 자주 보여주지만,  모 해설위원이 지적했듯이 공격에서의 세밀한 스킬이 부족하기에 강하게 때리는 일변도로 공격하는 것이 읽히고 있고, 노련미가 떨어지다 보니 오픈 상황에서 나쁜 공 처리 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흥국생명은 강팀 치고는 주전세터 이원정/김다솔의 기복이 매우 큰 팀이다 보니, 윌로우의 부족한 마무리 능력이 더욱 부각되고...토스가 안 좋게 올라가면 팀 전체가 불안해 하는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에 반해 이소영/정호영이 부상으로 이탈한 정관장은 백업선수들로 훌륭하게 공백을 메우며, 플레이오프 판세를 대등하게 만들었다. 특히, 2차전에서 정호영 빈 자리를 너무나 잘 메운 노장 한송이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였고, 탄탄한 수비로 팀을 뒷받침한 김세인과 더불어 결국 단기전도 뎁스가 두꺼운 팀이 유리하다는 걸 보여줬다. 

 

 

10년 만에 봄 코트에 핀 한송이

25일 PO 2차전에서 승리한 뒤 꽃다발을 선물받은 한송이. 사진 한국배구연맹 10년 만에 봄 코트에 한송이 꽃이 피었다. 여자배구 정관장 미들블로커 한송이(40)가 위기에 빠진 팀에 승리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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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하게 웃는 표정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참 인상적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40살 선수가, 몇 년만에 대성한 후배 정호영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기고 늘 웜업존에서 박수만 치던 모습이 뭔가 서글퍼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시즌 막판 '주전 선수 관중석 관람' 사태로 후보 선수들이 애쓰다가 페퍼저축은행에게 패배하던 시합에서도, 한송이 선수는 거의 15살 이상 어린 후배들을 이끌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프로가 뭔지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다시 후배의 부상으로 기회가 오자  큰 게임에서도 변함 없는 모습으로 상대편 이주아/김수지에게 밀리지 않는 중앙 싸움을 보여줬다. 다부진 모습으로 탄탄한 수비 실력을 과시하며, 1차전 정신이 나간 모습으로 실수를 연발하던 박혜민이 생각나지 않게 만든 김세인 선수도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잡으며 승리에 일조했다. 이러한 백업 선수들의 수비와 기본기가 있었기에 메가/지아 두 선수는 뻔한 공격일지라도 편하게 맹공을 퍼부을 수 있었고, 결국 여기서 승부는 갈렸다. 

 

 3차전은 전력상 여전히 흥국생명이 불리하지 않다. 흥국생명의 홈에서 펼쳐지기도 하고, 정관장도 공격이 심하게 쏠리고 있다. 여러 면에서 백중세라 할 만한데, 결국 여제 김연경 선수의 도전이 여기서 꺾이게 될지, 아니면 다음 스테이지로 이어질지는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속을 썩이고 있는 흥국 선수들과 견실한 플레이를 보였던 정관장 백업진이 얼마나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지에 따라 결정될 듯 하다. 

 팬으로서 여제 김연경의 모습을 다음 시즌에도 보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올해 김연경의 도전이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쉽고...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플레이오프다. 아무쪼록 두 팀 선수들이 이러한 시리즈 무게에 맞는 플레이로 팬들을 더욱 열광시켜주길  바래본다. 

 

ps. 참, 두 팀 세터는 모두 중앙 좀 공격에 활용하길..... 양 팀 다 나란히 국대 미들블로커를 데리고 있으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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