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13 - 역사의 쓸모(2019, 최태성)

마셜 2023. 6. 1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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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정하는 최고 역사 강사 '최태성'

 

 정확한 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일타 역사 강사 '최태성' 

 이런저런 방송에 자주 출연하다 보니 친숙함마저 느껴지는 큰별쌤, 그가 문제집이 아닌 역사 관련 에세이 베스트셀러를 냈다. 뭔가 어렵고 지나치게 학술적인 책이 아닐 거라 생각했기에, 독서모임에 나름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은 재미있었고, 쭉쭉 진도가 나갔지만, 독서모임의 우파 친구들은 생각 외로 거슬리는 부분을 많이 지적했다. 절반은 예상대로였고, 절반은 예상을 빗나간 셈. 하지만, 혼자 읽고 아 재미있었다고 음미하는 것보다는 반대입장에 서 있는 이야기를 듣는 게 결국 훨씬 유익하다. 

<대표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설민석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방송에서 사라진 후, (최근 방송에 다시 복귀했다고 한다) 나름 절제된 분석과 객관적인 입장표명, 그리고 쉬운 설명으로 교사답다는 칭찬을 받으며, 인기 역사 선생님으로 입지를 굳힌 최태성. 

 

 그의 존재 자체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알맹이 없이 편향된 강의로 문제를 일으킨 역사강사들과 달리 나름 객관적이면서도 충실한 설명으로 교사 출신 다운 입지를 잘 지켜온 점.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수능,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대해 무료강의를 제공하며 온라인으로 누구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애써온 점. 마지막으로 EBS 강의를 통해 엄청난 스타가 된 후에도, 꽤 오랜 기간 고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며, 학원의 스카우트 제안을 뿌리쳤던 점. 

 물론 여타 역사 강사들과 달리,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하여, 깊이 있는 역사지식을 강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나, 이는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의견에 가깝기에 일단은 제외한다.

 

 암튼 이런 좋은 역사 선생님 최태성이 본인이 생각하는 역사의 쓸모를 읽기 편하게 이야기로 풀어냈다. 

 

 

 책은 참 쉽게 읽힌다. 

 

 확실히 인기 있는 이야기꾼답게, 얇지 않은 책이고, 한국사와 세계사를 넘나들며 예시를 들지만, 책은 쉽게 읽힌다. 그만큼 큰 반전도 없고, 극적인 부분도 없지만, 그저 개인적인 경험과 소회를 버무려,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지 않고 생각하는 역사의 가치(혹은 쓸모)를 정리해 낸 부분은 분명 이 책의 장점이다. 그런 역사의 쓸모가 현학적이거나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혁신, 성찰, 창조, 협상, 공감, 합리, 소통으로 누구나 고민할만한 부분인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어찌 보면 역사책의 형식을 빌린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있을 정도로, 독자들이 공감하기가 쉬운 책이니, 그만큼 한 번 도전하면 완주할 가능성이 높은 책이다. 

 

 

 눈높이는 중고등학생에게 맞춰져 있다. 

 

 내용의 난이도, 혹은 메시지를 주려는 대상 모두 학생, 그중에서도 중고등학생에게 맞춰져 있다. 특별히 지식이랄 것을 얻기도 사실 어렵다. 이제 중학생 학부형으로 살아가는 내가 읽기엔 어찌 보면 한참 늦은 셈. 그래도 뭐든 늦깎이가 재미있는 셈이고,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역사에서 꼭 지식을 습득하지는 못해도 최고 강사의 가치관을 살짝 엿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몇 가지 흥미로운 부분

 

 저자는 황룡사 9층 목탑이 신라의 위기돌파 비책이었다며, 국민단결의 계기였다고 설명한다. 위기의 신라에서 대규모 토목공사가 위기 전환책이었다니... 실로 자유로운 발상의 결과이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근거가 부족해 보이긴 했다. 특히, 한 멤버가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매입을 위한 과한 투자에 빗대며, 목탑 건설이 없었다면 국력이 덜 낭비되었으리라는 지적을 했을 때는 기발한 비유에 웃음이 나왔다. 

 모라이(moray) 유적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경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잉카제국의 논 형태인데, 어찌 보면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역사책의 재미를 잠시라도 느낄 수 있었다. 

 모라이 사진을 소개할 수 있는 포스팅을 찾았기에 링크로 소개해본다. 

 

[페루] 제17편 - 나선형의 계단식 논 유적지 모라이(Moray)를 구경하다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남미 가족여행 7일차입니다. 오전 9시경 헤드윙이 모는 승용차를 타고 쿠스코를 출발해 9시 반경에 친체로(Chinchero)에 도착, 약 1시간 가량 친체로 유적을 구경을 한 다음

travelzzang.tistory.com

 장수왕의 외교업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 중국대륙에 맞서 동북아 제국 입지를 구축했던 장수왕조차도 주변국가를 상대함에 있어서 강경책/온건책을 고루 사용하며, 자존심을 내려놓고 국익을 최우선시했다는 사실이 지금 현재 한국에게도 큰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청산리 전투 등이 대첩으로 평가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한 멤버로부터 있었다. 사실 그렇다. 일제 기록에 의하면 전사자가 겨우 몇 십 명에 불과하고, 그 후 보복 작전으로 인해 독립군이 입은 피해는 실로 괴멸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쪽 기록이 과장되어 있고, 일제 기록이 축소되어 있다면, 실제 전과는 그 중간 어딘가였을 테고, 레지스탕스나 일반 민병대와 달리 사실상 제대로 된 민중들 지원을 받지 못했던 당시 독립군 현실을 생각해 보면 그런 전과조차도 매우 소중했을 수밖에 없으리라. 특히, 북한 김일성이 무력투쟁 전과를 앞세워 북한 권력 쟁탈전에서 앞서간 것에 맞서, 민족주의 계열의 무장투쟁 또한 활발했음을 끊임없이 주장했어야 하는 해방 후 역사가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전과였음은 분명하다. 물론 일본제국주의 흐름을 바꿀만한 피해를 주지 못했음은 분명하지만. 

 김육의 대동법 추진에 있어서, 애민사상보다는 (특히 중국 사신 경험을 통해) 앞서가는 선진문물을 접하고, 상업/유통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국가경제가 발전되어야 했음을 먼저 깨달았다는 주장(다른 독서멤버의 주장) 또한 신선했다. 물론 맞는 말이고, 김육이 외교 최전선에 명/청을 모두 상대했음은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다양한 문집이나 활동, 특히 다른 기록을 통해 밝혀지는 의견 등을 보면 기본적으로 국가를 떠받치는 백성들의 삶을 걱정했던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어찌 보면 애민사상을 바탕으로 선진문물에 영감을 얻어 상업경제를 자극할 만한 조세제도 개혁을 이끌었으니... 얼마나 하이브리드 한 천재인가. 진정 내가 김육을 명재상으로 꼽는 이유이다. 

 조선시대에 정실부인을 두고 첩이 있는 제도로 바뀌며 여(女)권이 약화되었다는 주장을 반박한 문제제기도 기억에 남는다. 고려시대에는 정실부인을 여럿 둘 수 있었다는데, 결국 이 변화가 여권 악화냐는 지적이었다. 결국 고려시대에도 여권이 강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인데...  

 

 [ 고려 : 여럿의 정실부인 + 남편 1명 --> 조선 : 1명의 정실부인과 여럿의 첩 + 남편 1명 ]

 

 사실 언뜻 보면, 여성 지위가 악화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한 명의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지위 약화가 맞다. 정실부인에서 첩으로 지위가 약화되었고, 다만 그 정실부인이 남편과 대등한 1:1 지위까지는 못했을 뿐

 

<출처 : 교보문고>

 

여전히 좋은 역사교사 

 

  이제 사교육 시장과 방송에서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그는 좋은 역사 선생님이다. 이 책 또한 비록 박지원 부분은 임용한 박사 저술 영향을 받았고, 김육 부분은 이정철 박사 저술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쉽게 설명하려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리라.

 (*참고도서 목록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다) 

 책의 마지막 장에 꾹꾹 눌러 담은 메시지도 결국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자신의 삶을 뜻깊게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선생님의 염원이었다. 이미 연예인에 버금가는 스타가 되었지만, 여전히 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강의를 통해 역사를 좋아하게 되길 바라는 선생님. 앞으로도 수능이든,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든.. 역사예능 프로그램이서든, 큰 별 선생님의 면모를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역사덕후들을 위한 교양서로 한 번 찾아와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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