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친구 - 스포츠

고마워서 눈물이 나네 - KOVO 페퍼를 위한 아시아쿼터 선발 방식 변경

마셜 2024. 1. 9. 19:31
728x90
반응형

 2승 19패의 압도적 꼴찌

 KOVO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의 올시즌 현재 성적이다. 

 

 꼴지는 이미 확정적, 최근에는 외국인 야스민 선수도 지친 기색이 보이고, 선수들에게서 그나마 보이던 화이팅도 없어지고... 지난 1월 7일 경기에서는 오지영 선수가 결장하자, 채선아, 김해빈 선수가 프로팀 리베로가 상태팀 플로팅 서브를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팀 자체가 무너졌다. 

 

 

‘14연패 수렁’ 페퍼저축은행, 탈출 해법 없나?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 에이아이(AI)페퍼스가 14연패 수렁에 빠졌다. 창단 3년 차지만, 여전히 리그 하위권에 머무르며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해 팀 최다 연패(17연패) 불명예 기록을 코앞

www.hani.co.kr

 

 페퍼의 팬으로서,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뭐... 하루이틀 일도 아니다. 14연패를 하는 동안 이런저런 막장게임을 다 겪었고, 사실 작년 아헨 킴의 도망 사태부터 박정아 보상 지명을 둘러싼 대삽질 등등을 생각하면, 뭐.. 14연패가 더 한심한지... 지난 비시즌의 막장행보가 더 한심한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최근 14연패와 막장 경기력 자체는 페퍼 팬들 뿐 아니라, 전체 배구계에도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준 모양이다. 아무리 승점자판기 노릇을 하는 팀과 대전하는게 반갑다 할지라도, 돈은 돈대로 쓴 막내구단이 이렇게 3년 연속 개막장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 여러모로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소이기는 하다. 

 

 역시 배알못으로서 높은 분들 뜻은 감히 짐작할 수가 없어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페퍼를 걱정하는 높으신 분들께서 엄청난 결단을 하셨다. 바로 내년부터 아시아쿼터 선발방식을 하위권 팀들에게 유리하게 바꾼다는 것인데.... 아직 시즌중인데 페퍼를 '공인' 문제아 취급하는 이런 결정도 썩 유쾌하지 않거니와 언론에서 뽑은 기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3년 연속 꼴찌 앞둔 페퍼저축은행… 외국인 제도까지 변경

작전 지시하는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연합뉴스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3년차에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까 외국인 선수 제도까지 변경할 정도다. 페

sports.news.naver.com

 

 누가 보면 외국인 제도를 바꿔서 페퍼한테 많은 구슬이라도 몰아준 줄 알겠네. 물론 페퍼는 작년 전체 2순위로 야스민을 뽑았고, 야스민의 지금 활약상이 IBK 아베크롬비보다 못하지 않기에 외국인 제도 혜택을 못 봤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사 제목을 보면 마치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꼴찌팀 구슬을 더 늘려주는 정도 혜택을 준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외국인 선수보다 훨씬 비중이 작은 아시아쿼터 선발에 있어서, 약간의 확율을 높여준다는 것인데.. 내가 감정적인 건 아닌지 셀프검증 차원에서.. 한 번 계산해보자. 

 변경 전 방식으로 아시아쿼터를 뽑으면 꼴찌팀이 1순위를 잡을 확율은 25% 이다. 다음 팀은 약 21%니, 물론 엄연한 차이가 있다. 그럼 변경 후 방식은 어떨까? 꼴찌팀은 40% 확률로 1순위를 잡을 수 있다. 다음 팀은 약 33%, 차이는 분명 더 크다.  

 이런 제도 변경 뉴스를 접한 소회를 말하자면???

 

 '그래.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꼴찌 팀 페퍼의 안위를 걱정해준 나머지 6개 팀의 행보가 눈물이 날 지경이며, 꼴랑 아시아쿼터 1순위 잡을 15% 올려준 걸 가지고, 팀 에이스인 외국인선수 선발을 배려해준 것처럼 기사를 낸 언론사들도 참 유감이다. 이 정도면 교묘하게 KOVO와 다른 여섯 팀을 변호하기 위해 사실을 호도했다고 봐야한다. 

 물론 규정상 아시아쿼터도 외국인 선수이긴 하나, 아시아쿼터와 일반 외국인선수는 팀내 비중도 다르고, 연봉도 다르다. 심지어 작년 아시아쿼터에서 5순위에 불과했음에도 MJ 필립스 선수는 자기 몫을 다하고 있다. 신생 꼴찌팀을 배려한다고 생색은 내면서, 그다지 기존 팀들에게 손해도 없는 홍보에 좋은 정책 변경 하나 발표하고, 근본적인 변경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 몇 년 전 페퍼가 창단을 추진할 때, 특별지명에 있어서 통큰 양보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던 배구판을 연상하게 한다. 

 

 이러한 보도 양상은 위 중앙일보 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다른 언론에서도 '통 큰 배려' 같은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데..... 페퍼 팬으로서 심히 불쾌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망해서 집이 거지꼴이 되었어도 청하지도 않았는데 적선하러 와서 생색낸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거기에 그 적선으로 던져준게 동전 한 개 정도 밖에 안되는데, 그 다음날 언론에 '통 큰 배려'라는 기사가 난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 제도 변경에 페퍼가 동의는 한 것인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도 의문이지만,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다. 만약 페퍼가 이를 요청했다고 해도, 바람직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다가올 신인 드래프트의 지명권을 팔아먹은 것도 페퍼 팀이고, 여자배구 풀이 개판이라 신인 한 두명으로 판도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창단한 것도 페퍼다. 자기가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내기위해 각자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 그게 바로 프로정신의 핵심이 아닐까? 만약 자기 멋대로 3년 투자해보고 안되겠다 도와달라 했다면, 페퍼 수뇌부야 말로 리그 공정성을 해치고 있는 것... 전말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렇게까지 해주는데도 내년에 또 꼴찌를 한다면, 앞으로 이 조롱을 어떻게 받아낼지 참으로 걱정이다. 

 

 아무튼 결정은 내려졌고, 페퍼는 나머지 6개 구단의 배려에 의해 내년 아시아쿼터에서 좋은 선수를 뽑을 확률이 높아졌다. 아쿼 연봉도 다소 올라갔다고 하니, 조금 더 좋은 선수를 뽑을 수는 있을 터, 아무튼 조금이라도 높은 확률을 잘 활용하여, 계속 강한 팀을 만드는 걸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냉정한 프로 세계, 어쨌든 싸움에서 이기고 나야 힘들었다고 말할 자격이라도  주어지는 셈이다. 

 

 제발 내년에는 진짜 구차하게 징징대지 않고, 정당하게 컴플레인할 수 있게 꼴찌에서 벗어나주길 간절히 빈다. 

 올해는.... 그저 1승이라도 빨리 추가하길 바란다.. 이러다 진짜 감독 도망가랴...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