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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상 20] 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 외식 - 3월 29일 민통선 한우촌

마셜 2024. 3. 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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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다면 먼,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에 떨어져 살다 보니, 부모님과 수시로 함께 식사하지는 못합니다. 

 오랜만에 휴가인 날, 긴 시간이 주어지진 않았지만 고향을 찾았습니다. 

 

 이 날따라 부슬비가 내려서, 아버지는 일을 중단하시고 집으로 들어오셨고, 어머니는 일정이 있으셔서 외출을 하셨죠. 집에 늘 먹을거리, 식사는 챙겨두시는 어머니시지만, 오랜만에 온 만큼 맛있는 걸 사드려도 좋겠다는 마음에 외식을 권했고, 아들이 밥 차리는 게 영 믿음직 못하셨는지 어머니는 흔쾌히 그러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외출하셨습니다. 

 

 부슬비가 뿌리는 날, 부모님 2호차 트럭을 운전해서 30여분을 달린 끝에 아버지가 말씀하신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평소에는 내비도 잘 쓰지지만, 잘 아시는 근처를 가실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직진', '여기서 좌회전' 이렇게 설명하시기에..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전 열심히 운전을 했고, 한적하지만 넓은 도로를 달리고 달려 철원에 있는 '민통선 한우촌'에 도착했습니다. 

 

(철원의 민통선한우촌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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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하고 나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전에 한 번 가족들과 온 적이 있는 곳입니다. 

 맘에 드는 한우를 들고 와서 구워 먹는 곳이라 기억하고 있어서, 응? 점심메뉴도 있었나 싶었는데, 아버지는 제 생각을 읽으셨는지, 여기가 불고기가 아주 괜찮다며 먼저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애초에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 별로 없었다 보니, 사진이 별로 없네요... 다음부터는 혹시 모를 순간에도 부지런히 글감에 맞는 사진을 수집해야겠습니다. 암튼 이제 술을 끊으신 아버지이시기에 술 한 잔 따라드리지 못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만족했지만, 무엇보다도 불고기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유일하게 찍은 사진에 불고기가 잘 안나오네요..)

 

 양도 많아서 남자 둘이 먹기에 좀 남는 정도였습니다. 1인분 16,000원이 철원 물가를 감안하면 비싸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래도 국내산 쇠고기이고, 반찬도 정갈하고, 쌀도 좋은 걸 쓴 느낌이었습니다. 서빙하시는 분들도 번거롭게 셀프 이런 거 따지지 않고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시면서 빈 반찬을 채워주시더군요. 전체적으로 위생도 깔끔했습니다. 여러모로 괜찮은 식당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내게 아버지는 최근에 근처에 비슷한 컨셉 식당이 몇 군데 생겼는데, 다 여기만 못하다고 평하시더군요. 단순한 구이 식당이지만, 좋은 맛을 내기가 쉽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오다가 보니, 왜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목 좋은 곳에 있는 큰 식당에서 흔히 눈에 띄는 관광안내도가 서 있더군요. 

(빛이 바래버린 관광안내도)

 

 빛이 바래버린 관광안내도와 바닥 아스팔트에 간 크랙을 보니, 여기도 꽤 오래된 맛집이구나 새삼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맛있다는 리뷰보다 언제 문 연 식당인지 확인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들 하더군요. 국내산 한우를 쓰기에 가격은 만만찮지만, 살짝 봐주는 듯한 부담 없는 가격의 점심메뉴와 변함없는 맛으로 기억되는 민통선 한우촌이었습니다. 앞으로 자주 가족들과 함께 들려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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